▲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전기차 관세 인상 등 무역규제 강화에 맞서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재차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에 수입관세를 대폭 높이는 추가 무역규제안을 결정하며 중국의 무역보복 리스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와 텅스텐을 비롯한 금속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최적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제품을 대상으로 수입관세를 크게 인상했다. 전기차의 경우 관세율이 25%에서 100%로 올랐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자연히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미국이 필요로 하는 중국산 수출품 공급을 제한하는 등 보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은 희토류와 텅스텐, 바나듐 등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속 소재를 유력한 대상으로 꼽았다
이러한 소재는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 우주항공과 군사무기 분야에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중국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미국의 주요 산업 및 안보에 타격을 줄 잠재력이 있다.
씽크탱크 로디움은 중국이 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거나 인수합병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 규제에 유럽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도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등 국가도 충분히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이러한 동맹국까지 확대된다면 미중 갈등이 불러온 글로벌 무역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중 갈등이 현재까지 연간 4500억 달러(약 6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무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세계은행의 분석을 전했다.
이러한 갈등 상황이 더욱 격화된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 성장 부진 등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강력한 무역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고개를 든다.
중국이 주요 수출품 공급을 제한하거나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확대를 막는 방식으로 무역보복에 나선다면 자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씽크탱크도 대체로 섣불리 미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보복을 시행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씽크탱크 CCIEE는 “중국은 무역 정책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행동에 나서기보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뒤따르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를 겨냥해 효과적인 무역보복 방법을 찾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미국 경제와 산업에 타격으로 이어진다면 여론이 악화하며 지지율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재검토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중국산 자동차 관세를 2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는 등 중국을 향한 정책에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