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가 경영정상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갔지만 원인 분석과 미래 계획을 제시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며 시장 신뢰를 쌓고 있어서다.
 
지누스 '실적 부진의 늪' 통렬한 반성, 현대백화점이 껴안은 이유 곧 증명하나

▲ 지누스는 올해 1분기 IR자료를 통해 실적 부진을 야기한 문제점과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누스 IR자료. <지누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누스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그동안 실적 부진에 대한 원인을 꼼꼼히 짚었다. 

지누스는 1분기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 “그동안 성장에 집중하느라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수익 구조 악화, 소비불황으로 인한 과잉 재고자산 보유, 미국시장 침체, 중국시장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주요한 문제점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누스는 실적부진과 관련해 근본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지누스는 실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미국시장 불황과 재고자산 보유로 일시적 부진을 겪는 것일 뿐이며 빠른 시일 내에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고 답변해왔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한화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며 지난해 하반기 지누스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번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올해 경영방향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반성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누스의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오프라인 대형 고객사와 대규모 연간 계약을 협의하고 있으며, 각종 유통·물류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3분기 중 신제품 출시도 예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지누스가 문제점을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경영정상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현정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는 기존 재고 소진과 그로 인한 판촉비 부담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3분기부터 점진적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누스가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누스는 2026년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25%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올해 1분기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며 별도의 주주환원 정책도 시행했다.

지누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 환원 정책을 고려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실제 내년부터 실적구조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지누스는 2022년부터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쳐왔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지누스 '실적 부진의 늪' 통렬한 반성, 현대백화점이 껴안은 이유 곧 증명하나

▲ 지누스는 1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 공장. <지누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19~2021년 실적을 살펴보면 3년 동안 연 평균 영업이익 900억 원을 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약 9천억 원을 들여 지누스를 사들인 것이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523억 원, 영업이익 183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72.0% 줄었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가 된 이후 2022년과 2023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839억 원이다. 2년 동안 번 돈이 과거 한 해에 벌던 이익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이 33.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주가에서도 지누스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인수를 결정한 2022년 3월만 해도 7만4천 원대 주가를 이어갔으나 10일 기준 지누스 주가는 1만2천 원대에 형성돼있다. 2년 만에 기업가치가 6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너무 성급하게 인수합병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누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물량 소진 지연으로 1분기 예정됐던 신규 발주가 연기되며 실적이 악화됐다”며 “물류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매트리스 초고압축 포장 기술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신규 주문도 늘고 있어 점차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