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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연합회가 7년 만에 다시 만난다.
그동안 냉각된 한일관계 여파로 민간 경제단체의 교류도 중단됐으나 두 단체는 관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전경련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오는 12월1일 서울에서 '한일재계회의'를 연다. 2007년 11월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제 23회 한일재계회의가 열린 이후 7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모두 두 나라 재계를 대표하고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비슷하다. 그동안 두 단체는 매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2007년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재개와 해외 천연자원의 공동구매 및 개발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었다.
그런데 2008년 일본정부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기로 해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불똥이 튀었다. 재계까지 영향을 끼쳐 한일재계회의도 중단됐다.
허창수 회장은 2011년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식에서 일본 게이단렌과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나라"라며 "일본 게이단렌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취임 다음 달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게이단렌에 위로서신을 보내는 등 관계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꼬인 양국관계는 쉽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12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판결해 일본기업에 배상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후지코시사 등에서 임금을 돌려달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게이단렌 등 일본의 경제단체는 강제징용자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배상판결에 반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청구권 문제는 한일 무역투자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등 경제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사카키바라 도레이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새로 게이단렌 회장을 맡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한국 중국 일본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며 경제 관계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1990년대 삼성과 합작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 새한과 합작기업인 ‘도레이새한’을 출범시킬 당시 총책임을 맡았다. 그는 "한국을 하도 들락거려 친숙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당시 차기 게이단렌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던 사카키바라 회장을 만나 한일재계회의 재개를 요청했다. 허 회장은 한일 반목감정에 대해 한일축제한마당, 양국기업간 인턴십 공유, 대학간 공통학점이수 등의 다양한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허 회장의 노력과 사카키바라 회장의 유화적 태도가 만나 한일재계회가 다시 열리게 됐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일관계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재계회의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일재계회의는 양국 경제계 대표단체의 회장단이 모이는 자리로 적어도 경제분야에서는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 도움이 되는 협력분야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모임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