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신약 기술수출과 관련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규모 기술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어 기존 계약이 파기됐다. 신약 기술수출이 얼마나 '고수익 고위험'인지를 생생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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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
한미약품은 지난해 독일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항암제 기술수출계약이 종료됐다고 30일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신약 ‘HM61713’의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및 폐암치료제의 최근 동향 등을 고려해 더이상 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한미약품이 개발한 ‘HM61713’에 대한 권리를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7억3천만 달러(약 8030억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계약이 이번에 종료되면서 한미약품은 계약금과 현재까지 진행상황에 따라 받은 6500만 달러(약 715억 원) 외에 나머지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대형 호재에 이은 대형 악재였다.
한미약품은 29일 미국 제약회사인 제넨텍에 경구용 항암제 ‘HM95573’에 대한 권리를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등을 포함해 최대 9억1천만 달러(약 1조9천만 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모두 8조 원 규모에 이르는 기술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어 또다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대형 계약과 관련해 상반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미약품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주가는 29일 62만 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30일에 5% 오른 64만9천 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기존 계약 종료사실이 밝혀지면서 급락해 전날보다 18.1% 내린 50만8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2년 연속 대규모 기술수출계약을 따내며 연구개발 능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넨텍이 국내 임상 데이터만으로 1조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는 것은 한미약품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기술수출 성과에 힘입어 매출을 약 2배 수준으로 늘리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더해 이번 수출계약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큰 성과를 내면서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에 상장된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비용으로 쓴 금액은 모두 737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 증가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이 종료되면서 규모가 큰 기술수출계약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계약 종료는 약물 개발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려줬다”며 “기술수출에서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여부”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