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패키징 기술 강화 '고삐', 곽노정 AI 시대 HBM 주도권 유지한다

▲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를 통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부가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확대로 HBM 공급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술력을 끌어올린 SK하이닉스에 한층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계에서는 내년 HBM 공급부족을 예상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선수금을 지급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에서 독과점적 공급구조를 갖췄는데 이에 더해 내년 인공지능 서버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주도권을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형태의 메모리로 기존 D램과 비교해 높은 대역폭, 고용량, 낮은 전력 소비 등의 장점을 고루 갖춰 인공지능 서버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6세대(HBM4) 순으로 발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개발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처음 양산했고 올해는 12단으로 쌓아올린 HBM3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고 2위로 삼성전자(40%), 3위로 마이크론(10%)이 그 뒤를 쫓고 있다.

곽노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HBM 제작 과정에서 ‘꿈의 공정 기술’이라고 불리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적용해 업계 선두를 유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양산한 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패키징 기술 강화 '고삐', 곽노정 AI 시대 HBM 주도권 유지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그동안 HBM은 D램과 D램 사이를 연결할 때 ‘마이크로 범프’라는 소재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활용하면 마이크로 범프가 없어도 칩들을 연결할 수 있어 칩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HBM의 두께가 중요한 이유는 공정상 수직으로 D램을 쌓아올려야 하는 점과 관련 깊다. 

지금까지 HBM의 두께 표준은 720㎛(마이크로미터)다. 2026년 경 양산이 전망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경우 16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야 하는데 기존 패키징 기술로는 이 표준을 맞추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 반도체학회 IEDM2023에 참석해 HBM 제조과정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신뢰성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3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E)를 시범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딩공정으로 시험 제조한뒤 신뢰성 테스트를 해서 모든 분야의 기준을 충족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 사장은 나아가 주요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인공지능 메인 칩 위에 올려두는 통합패키징 방식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 방식은 설계 특성상 메인칩 설계업체와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엔비디아를 포함한 팹리스 업체들과 설계방식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곽 사장은 올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면서 흩어져 있던 HBM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하는데 공을 들였다.

곽 사장은 올해 11월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고객별로 다양해지는 요구를 만족할 수 있는 SK하이닉스만의 ‘맞춤형 시그니처 메모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과 인재육성에 방점을 두고 꾸준히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SK하이닉스 패키징 기술 강화 '고삐', 곽노정 AI 시대 HBM 주도권 유지한다

▲ HBM과 로직반도체(GPU, CPU, SoC)가 하나로 패키징된 기본 구조도.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인 TSV와 마이크로범프 모습. < AM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