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가뭄 심각해져,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바닷물 담수화해 물 공급

▲ 2008년 5월 발생한 가뭄으로 물부족 비상사태가 선포돼 외국에서 수입한 식수를 나르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관계자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여름 이례적으로 긴 가뭄을 겪은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수자원이 고갈돼 외부에서 식수 수입을 할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는 해수 담수화와 하수 재처리를 늘려 물부족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AP통신은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가 극심한 가뭄으로 강과 저수지 등 수자원이 부족해져 긴급 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자치주의 발표에 따르면 주 내에 소재한 저수지들은 현재 저수 용량 최대치의 18%로 줄어들었다.

스페인 국민 4740여만 명 가운데 약 6백만 명이 카탈루냐주의 저수지들에 식수원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바르셀로나는 이미 자체 보유한 수자원이 고갈돼 해수 담수화 시설, 하수 재처리 시설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두 시설 모두 바르셀로나 남부 위성도시 엘프라트델료브레가트(El Prat del Llobregat)에 위치해 있다.

카탈루냐주 당국은 이에 29일(현지시각)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최대 210리터로 제한했다. 여기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 뿐만 아니라 시청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한 물까지 포함된다.

또 물을 사용해 거리를 청소하거나 마당에 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산업 및 농업용수 사용량 제한도 강화됐다.

저수 용량이 16% 아래로 떨어져 비상사태가 선포면 1인당 물 사용량도 160리터로 제한된다. 이때부터는 농업용수조차 주 당국의 허가 없이는 사용이 금지된다.

카탈루냐주 당국은 AP통신을 통해 “앞으로 몇 주 내에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면 비상사태가 선포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바르셀로나는 외부에 식수 수급을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전국 저수 용량 역시 43%로 감소해 국내에서 카탈루냐주의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페레 아라구네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29일 한국 방문 도중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달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곧 물 수입을 위한 선박을 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카탈루냐 자치주 정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가뭄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짚었다.

이들은 여름에 발생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과 건조한 기후가 가뭄 기간을 연장시켰고 이 때문에 저수지 수자원이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