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첨단공정인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에서 AMD를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성사된다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형 고객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 수율(완성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4나노를 계기로 고객사들과의 협력관계를 3나노에도 이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AMD 4나노 수주 가까워져, 경계현 신뢰 쌓아 3나노 동행도 노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16일 해외 IT매체인 WCC테크, 테크뉴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MD 4나노 파운드리 수주가 가까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AMD는 2024년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젠5(프로메테우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TSMC와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공정을 모두 활용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유력해졌다.

AMD 젠5는 TSMC 3나노로 주요IP(설계 자산)를 제조하고 특정 I/O(입력/출력) 회로 제작에 삼성전자 4나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WCC테크는 “AMD는 그동안 반도체 제조를 TSMC에 의존해왔지만 젠5는 TSMC 3나노와 삼성전자 4나노를 혼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흥미롭다”며 “AMD가 일부 반도체 회로 생산을 삼성전자 4나노로 이전 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거래 규모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AMD는 그동안 삼성전자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를 담당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이 전략이 경쟁사인 인텔과 격차를 좁히는 데 유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SMC 전체 매출에서 AMD가 차지하는 비중은 애플에 이은 2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AMD로부터 물량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운드리는 오랫동안 거래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나 신뢰가 중요한 사업인 만큼 AMD가 TSMC와 성공적으로 구축해 놓은 생태계에서 벗어날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입장에서도 원하는 물량의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AMD도 TSMC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AMD 4나노 파운드리 수주는 기술 경쟁력 입증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2022년 퀄컴으로부터 4나노 파운드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으나 수율 문제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퀄컴은 차기 4나노 물량을 모두 TSMC로 옮겨버렸다. 이는 첨단공정에서 아직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4나노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최근 TSMC와 비슷한 수준까지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수율은 75% 이상, 3나노 수율은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율 개선,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선점 등으로 대형 고객사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AMD 4나노 수주 가까워져, 경계현 신뢰 쌓아 3나노 동행도 노린다

▲ AMD 젠5 이미지. < AMD >



비록 AMD 젠5의 일부 회로만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3나노 공정도 아닌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대형 고객을 다시 확보함으로써 떠나갔던 퀄컴이나 기존 8나노 공정 고객이었던 엔비디아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다시 돌아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4나노 대형 수주는 향후 최첨단 공정인 3나노 수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진출이 비교적 늦었던 만큼 4나노에서 AMD와 협력관계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3나노 수주도 수월해질 수 있다. 현재 TSMC의 3나노 공정은 대부분 애플에 배정돼 있는 만큼 추후 3나노 공정이 필요한 AMD, 엔비디아, 퀄컴 모두 TSMC 외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2024년부터 3나노 2세대 파운드리 양산을 본격화하는 데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아닌 외부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경계현 사장도 2~3년 안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9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삼성전자가 GAA의 인벤터(창조자)로 경쟁사를 앞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