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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 정지선의 계륵 되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28 15: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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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리바트, 정지선의 계륵 되나  
▲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한 현대리바트가 가구시장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광명 1호점 개장을 앞둔 상황에서 현대리바트는 스타일숍 확장을 통해 대응하려 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에 인수된지 2년이 지나도록 실적도 좋지 않아 현대리바트가 정 회장의 ‘계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스타일숍 목동전시장 확장 난항

28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가 서울 강서지역에서 스타일숍을 확장해 이전하려고 했으나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현대백화점 목동점 입점을 검토중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4월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의 현대리바트 스타일숍 목동전시장을 폐점하고 확장이전 부지를 물색해 왔다. 하지만 폐점 후 석달이 지나도록 강서권에서 매장부지를 확보하지 못하자 결국 모기업인 현대백화점 목동점 내에 가구매장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현대리바트가 백화점 내 전시장으로 입점할 경우 공간이 기존 전시장보다도 훨씬 좁아진다. 이에 따라 현대리바트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서울지역의 서부권 가구시장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현대리바트가 이케아 진출을 앞두고 서부권 가구시장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한샘이 대형매장을 잇달아 열어 적극적 공략을 펴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는 서부권에서 스타일숍과 직영 대리점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샘은 지난해 9월 경기도 광명에 광명점을 열었다. 또 지난 3월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운 대형플래그숍을 목동에 연 데 이어 같은달 이케아 매장으로부터 11km 떨어진 곳에도 대형매장을 열었다.

리바트 관계자는 “이케아가 무서워서 피하려는 게 아니라 강서상권이 별로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볼륨을 줄인 것”이라면서도 “현대백화점 목동점 입점추진과 별도로 강서권에 새 부지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 현대리바트, 정지선 ‘비전2020’ 첫 단추

현대리바트는 정지선 회장이 2011년 말 야심차게 주도한 첫 인수합병 작품이다.

현대리바트의 전신은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금강목재공업으로 1977년 현대건설 가구사업부에서 현대그룹 계열사로 독립했다.

현대그룹은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현재의 리바트를 고려산업개발에 매각했고, 이를 정지선 회장이 10년여 만에 204억 원을 들여 되찾아 왔다.

정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3남인 정몽근 회장의 장남이다. 따라서 현대리바트는 조부의 유산을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정 회장에게 상징성이 큰 회사다.

정 회장은 2007년 37세의 나이에 현대백화점그룹 수장이 됐다. 당시 경영권을 승계한 재계 3세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였다.

정 회장은 취임 후 한동안 현대백화점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을 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화점 경영에만 지나치게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 회장은 2010년 신규업종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내용이 담긴 ‘비전2020’을 선포하면서 변신을 꾀했다. 정 회장이 그 첫 단추로 추진한 것이 2011년 말 현대리바트 인수였다.

◆ 흔들리는 정지선의 B2C 전략

하지만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고 2년이 넘도록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2012년 매출 5049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매출 3.1%, 영업이익 64%가 감소했다.

정 회장은 그뒤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5545억 원, 영업이익 127억 원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인수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7.86%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3%에 불과해 수익구조 역시 불안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국내 가구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케아까지 광명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상륙을 본격화함에 따라 현대리바트의 앞날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그동안 범현대가문 기업들이 사무용 가구를 구입해 주는 등 소위 ‘일감몰아주기’ 덕을 상당히 봤다. 그러나 정 회장은 현대리바트를 인수한 뒤 현대백화점 브랜드 효과를 내세워 B2B에서 B2C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매장 대형화에 적극 나서 지난 2월 서울 중곡동 가구거리에 강북지역 최대인 1천200㎡ 규모의 3개 층 대형 대리점을 개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부권 가구시장에서 암초를 만나 정 회장의 전략도 흔들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강서권은 일산과 김포와 연결되는 상권으로 가구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라며 “전시장을 확장이전한다고 폐점해 놓고 부지확보도 못했으니 현대리바트가 서부권 가구시장에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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