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폭스콘 공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하며 대만 기업들에 경제적 압박을 더하고 있다. 대만 폭스콘 제조공장 내부 사진. <폭스콘>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무력도발을 강화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 데 이어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기업을 압박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나가고 있다.
애플 등 미국 기업의 협력사를 중점적으로 위협해 대만과 미국의 관계 강화를 견제하겠다는 목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25일 “중국 정부가 폭스콘을 상대로 정식 조사에 나선 데 이어 다른 대만 기업에도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 내 생산시설을 둔 대만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중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폭스콘을 상대로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폭스콘의 세금 및 토지 활용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구체적인 배경이나 혐의점에 대한 내용은 정식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대만 기업 전체를 향한 성명을 낸 것은 폭스콘을 겨냥한 정부 조사가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폭스콘은 대부분의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는 대만 제조기업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서버 등 미국 협력사의 제품을 다수 위탁생산한다.
중국 정부에서 폭스콘을 상대로 압박을 더하는 이유는 미국과 대만 사이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일을 경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중국이 최근 대만을 상대로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고 무력도발을 강화하자 적극적으로 군사 지원에 나섰다.
또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만과 국가 차원의 반도체 협력을 약속하며 무역 관계 발전도 추진하고 있다.
폭스콘과 같이 미국과 관계가 깊은 대만 기업에 세무조사 등 경제적 압박을 더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두 국가를 모두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폭스콘이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애플까지 타격이 번지는 일도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폭스콘뿐 아니라 대만 기업을 폭넓게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다른 기업도 조사 대상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기업 TSMC 역시 미국과 대만의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고 중국에 여러 반도체공장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음 타깃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폭스콘을 겨냥한 조사는 중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대만 기업들이 앞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선례”라고 바라봤다.
중국 정부는 “대만 기업들은 중국 본토의 여러 장점에 힘입어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며 “따라서 두 지역 사이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