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10-16 16:22:0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량 구매 계약한 여객기 B737-8의 도입 속도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항공기 도입 지연으로 인한 공급 좌석수 부족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제주항공만 코로나19 이전의 여객 실적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2022년 6월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영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주항공>
16일 국토교통부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 승객 수는 2019년 3분기와 비교해 11%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국제선 여객 수송실적이 13%, 26%, 22% 각각 늘어났다. 제주항공만 코로나19 이전의 여객실적을 아직 회복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수송실적 감소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공급좌석 회복 수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공급좌석 수는 2019년 3분기 269만9676석에서 2023년 231만8103석으로 14.1% 줄었다. 같은 기간 진에어의 공급좌석수는 1.5% 줄어들었고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3.6%, 10.1% 오히려 늘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 여객기 운용기재를 45대까지 늘렸는데 올해 상반기 말까지도 38대에 그치고 있다.
제주항공도 장기적으로는 기단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8년 B737-8 여객기 50대의(확정 40대, 옵션 10대) 신규 구매 계약을 보잉사와 체결하면서 기존에 운용하던 B737-800NG 기종을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대체하는 기단 현대화를 추진하려했다.
김 대표는 2022년 6월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도입하는 신기종 B737-8은 현재 운영 중인 기종보다 연료 효율과 운항 거리를 월등히 개선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봤다.
다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재정난에 빠지면서 기단 현대화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는데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항공기 제작사들의 공급망 이슈로 신규 항공기 인도가 또다시 늦어졌다는 점이다.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제주항공은 2023년 상반기에 기체를 1대 도입하고 하반기에 B737-8 2대를 신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보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교란 등의 이슈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고는 있다”면서도 “기존 계약 분의 인도 일정과 관련해서는 제조사보다 항공사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제주항공이 항공기 구매를 위한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이 구매계약 당시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확정구매 40대 계약분의 1대당 가격은 1억1037만 달러다.
한국은행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계약 당시인 2018년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7.52원이었는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10.95원으로 16.3% 늘었다. 원화로 환산한 기재 도입비용도 현재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B737-8 여객기 구매 계약은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며 "항공기 인도 일정은 환율 상승과 상관없이 계획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환율로 실질 도입비용이 늘었지만 언제까지고 최적의 시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제주항공의 기단 규모 확대는 향후 노선경쟁력 및 수익성과 연결지어 보는 시선도 있다.
염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 최대 항공기 운영대수를 45대까지 기록했는데 최고 도입 대수에 맞춰진 비용구조가 단위 원가의 비효율성을 가져왔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며 “점진적으로 전 고점 운영대수로의 회복에 따라 수익성도 높아지겠다”고 예상했다.
▲ 제주항공이 도입하는 차세대 기종 B737-8 여객기(기번 'HL8523')가 지난달 미국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 제트포토>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는 동안 항공업계의 엔데믹과 함께 시작한 ‘좋은 시절’도 저물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3분기 내내 고공행진한 유가가 꼽혔다.
배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높은 운임과 견조한 수요에도 유류비 상승에 따른 영업비용이 늘었다”며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발권일자에 적용하는데 이는 유가 수준과 한달이상 시차가 발생해 3분기 내내 유가를 온전히 티켓 가격에 전가하지 못했다”고 봤다.
김이배 대표는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약 30년간 근무하다가 2020년 제주항공으로 대표이사로 영입된 인물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어려워진 제주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발빠르게 노선 재운항을 실시하면서 제주항공의 저비용항공사 맹주 수성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매출과 여객 수송수 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