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로봇과 2차전지 장비 신사업 준비, 김동관 미래 성장동력 마련 잰걸음

▲ 한화그룹이 방산과 친환경에너지에 이어 로봇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가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로봇사업 역량을 더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큰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어느 정도 매듭지었는데 로봇와 2차전지 제조장비 등 신사업에도 발을 넓히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협동로봇과 무인운반차(AGV) 전문회사 한화로보틱스가 10월 초 공식 출범하면 로봇사업의 적용분야를 점진적으로 넓히며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한화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기계·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모멘텀 부문을 통해 로봇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최근 로봇사업을 분리해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지분 68%)와 호텔·레저서비스 계열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지분 32%)의 합작을 통해 설립된다. 

한화로보틱스는 분사와 신설법인 설립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적합한 벤처형 기업조직을 갖춘다는 방침을 세웠다. 적극적 투자를 통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우수인력 영입에도 박차를 가한다. 

단기적으로는 산업용 협동로봇 위주로 제품개발과 영업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내부에 여러 제조사들이 포진해 있는 터라 내부 고객(캡티브)을 먼저 확보한 뒤 영업기반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용 협동로봇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화로보틱스 합작투자에도 참여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다수의 호텔과 외식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푸드테크로봇과 각종 서비스로봇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그룹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가 로봇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준비를 하는 이유는 로봇 분야가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등 세계적 사회구조 변화와 맞물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협동로봇시장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조 원에서 2022년 2조2천억 원으로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2025년에는 6조4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로봇사업 외에도 2차전지와 태양광 셀 및 모듈 제조장비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분야에서도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화 모멘텀 부문이 로봇사업 분사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2차전지와 태양광 셀 및 모듈 제조장비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다. 

한화는 2차전지 제조 장비 분야에서 소재/극판 기술을 차별화하고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는 한편 해외 현지화를 통해 시장을 넓힌다는 구상을 마련해 놓고 있다. 태양광 셀 및 모듈 장비 분야에서는 종합(토털) 솔루션 공급자로 전환해 신규 사업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화는 5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배터리사업 전시회 ‘더 배터리 쇼 유럽(The Battery Show Europe)’에 참가하며 2차전지 제조장비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화는 이 전시회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 등 주요 업체들도 초청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략적 협업을 모색했다. 

이에 앞서 3월에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2023 더 인터내셔널 배터리 세미나·전시회(2023 The International Battery Seminar & Exhibit)’에 참가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고객외연 확장을 꾀한 바 있다.  

모멘텀 부문과 함께 한화의 자체 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 부문과 건설 부문 역시 주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과 신규 사업 진출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화학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글로벌 부문은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유도체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암모니아와 수소 등 차세대 연료로서 가능성이 큰 에너지원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을 세워 놓았다. 

건설 부문은 기존 토목·건축 사업 외에 풍력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주사 격인 한화를 통해 신규 사업의 가능성을 지속해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추진했던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일단락된 만큼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사업을 발굴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할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해 왔다. 

방산을 담당하는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디펜스와 한화방산을 통합해 방산역량을 결집시키는 한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며 해양방산 역량도 확보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육·해·공·우주 방산역량을 모아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권 방산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화학분야 주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을 통해 태양광사업을 확대하며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춰나가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 로봇과 2차전지 장비 신사업 준비, 김동관 미래 성장동력 마련 잰걸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 건설계획을 내놓고 미국에서 잉곳·웨이퍼·셀·모듈 등 대부분의 태양광 제품 가치사슬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의 솔라허브 투자 규모 3조2천억 원은 미국 태양광 에너지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한화그룹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양대 축을 중심으로 꾸준히 외형을 키우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추진하는 신규 사업들은 그룹의 기존 주력사업과 접점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그리는 그룹의 경영 청사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가령 한화 모멘텀 부문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2차전지·태양광 제조장비 사업은 그룹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에너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한화 건설 부문을 통한 해상풍력 사업도 그룹 친환경에너지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은 풍력발전 사업에 관한 역량을 확보해 왔다. 2020년 75MW급 영양 풍력발전단지, 25MW급 제주 수망 풍력발전단지를 준공했고 90MW급 양양 수리 풍력발전단지와 영천, 영월 등의 100MW 규모 육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12GW 규모로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해상풍력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SK디앤디, 남동발전과 400MW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했고 2024년 말 착공 예정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자재 발주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화의 자체사업으로서 해상풍력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한화는 축적된 풍력사업 EPC(설계, 조달, 시공)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개발과 운영, 투자까지 주관하는 풍력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