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신차가 쏟아진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기아 셀토스는 오히려 판매량을 늘리며 장기집권 태세를 갖추고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기아 셀토스.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신차가 쏟아진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기아 셀토스는 오히려 판매량을 늘리며 장기집권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올해 기아를 제외한 4개 완성차 업체는 모두 소형 SUV 신차를 내놓았음에도 1세대 모델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셀토스가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출시 5년차를 맞은 기아 셀토스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도 역대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향해 판매 기세를 올리고 있다.
셀토스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3만1714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52.8%나 늘었다. 월평균 판매량으로 올해 연간 판매량을 추정해 보면 5만4천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추세다.
2019년 7월 등장한 셀토스는 출시 5년차에 2020년 세웠던 역대 최다 국내 연간 판매량(4만9481대)을 훌쩍 넘어설 수 있는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또 셀토스는 지난해 7월 첫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는데 신차효과가 한창일 때인 2022년 하반기(7~12월)보다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이 4609대 더 많았다.
한국은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기아 카니발이 판매량 1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차를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한 자동차 시장이지만 가장 역동적 차급은 단연 소형 SUV가 첫 손에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가 독식하고 있는 다른 차급과 달리 소형 SUV는 유일하게 국내 5개 완성차업체 모두가 주력 모델을 내놓고 국내에서 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셀토스는 올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도 판매 전선에서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일자형 램프를 달고 몸집을 크게 키운 코나 2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올해 1월 말 출시했다. 가솔린 모델만 판매하는 셀토스와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 모델도 차례로 내놨다.
코나는 3월 국내 월간 판매에서 4747대를 기록하며 셀토스(3891대)를 제쳤다. 앞서 셀토스가 출시 다음달인 2019년 8월부터 지금까지 소형 SUV 월간 판매 1위를 놓친 것은 각각 XM3와 니로 완전변경 모델 출시 직후인 2020년 4월과 2022년 4월 단 2번뿐이었다.
하지만 코나 국내 판매량은 5월 2500대 수준으로 떨어진 뒤 6월부터 2500대~3천 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연간 3만6천 대가량을 판매할 수 있는 추세로 셀토스 추격을 노리긴 힘들어 보인다.
현대차 코나는 올해 1~7월 풀체인지 모델로 국내에서 판매된 모든 차량 가운데 전년동기와 비교해 가장 높은 316.9%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차효과를 확실히 보고있긴 하지만 기존모델이 워낙 부진했던 터라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더구나 출시 이듬해인 2018년(5만468대)과 그 다음해인 2019년(4만2649대) 소형SUV 왕좌 꿰찼던 과거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코나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데는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가격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나는 완전변경을 거치며 차량을 항상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OTA(무선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 실물 카드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e하이패스 등 첨단 기능이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또 구형 코나의 기본 모델인 스마트 트림이 삭제된 영향이 더해져 시작가격이 2486만 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300만 원가량 높아졌다.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올해 4월 국내에 출시된 뒤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 실적을 높이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판매를 시작한지 단 4개월 만에 국내에서 1만3117대가 판매되며 코나(2만1256대) 뒤를 쫓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한국GM의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체 누적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7%에 이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고급화 전략을 편 코나와 정반대로 출시와 동시에 2천만 원 초반 대의 낮은 시작 가격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차체는 소형 SUV 가운데 가장 큰 수준으로 키웠는데 특히 실내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전폭은 1825mm로 동급에서 가장 넓고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도 2700mm로 기아 니로와 르노코리아자동차 XM3(2720mm) 다음으로 길다.
다만 트랙스 크로스오버 역시 4월 출시 직후부터 3천 대 수준의 판매볼륨을 꾸준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셀토스의 판매 기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6월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지만 2015년 1세대 모델이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만큼 모델 노후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월간 판매 600~70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 XM3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앞서 프랑스 르노 본사가 공개한 아르카나(XM3 수출형 모델) 부분변경 모델과 같이 소폭의 디자인 변화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소형 SUV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셀토스가 국내에서 굳건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데는 국내 소형 SUV 가운데 처음으로 몸집을 크게 키워 출시된 셀토스가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바탕으로 두터운 수요를 확보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준중형 SUV급으로 몸집을 키워 내놓은 셀토스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고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출시 당시 셀토스의 전장은 4375mm로 1세대 투싼(전장 4325mm)과 2세대 스포티지(4350mm)보다도 더 길었다.
그 뒤를 이어 2020년 1월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해 3월 르노코리아 XM3, 지난해 1월 2세대 니로 완전변경 모델이 셀토스보다 덩치를 더 키워 국내에 출시됐지만 여전히 셀토스는 크기에서 이들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셀토스의 제원은 전장 4390mm, 휠베이스 2630mm, 전폭 1800mm, 전고 1620mm로 올해 출시된 신형 코나와 비교해 전장은 40mm, 전고는 30mm 이상 길고 높다. 휠베이스와 전폭은 짧고 좁은데 그 차이가 각각 30mm, 25mm에 그친다.
또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이 화두에 오르면서 가려졌지만 셀토스는 사실 원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올해 5월 셀토스는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됐는데 기존 모델과 가격차이가 2.0 가솔린 모델 기준 기본 모델 트렌디는 9만 원, 최상위 트림 그래비티 19만 원에 그친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현재 셀토스 2.0 가솔린 모델의 시작가격은 1.2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19만 원 비싸지만 최상위 트림은 오히려 134만 원 더 싸다.
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소형 SUV 신차를 쏟아내는 상황에서도 단단한 수요를 바탕으로 오히려 판매량을 늘린 셀토스는 당분간 국내 소형 SUV 왕좌를 내려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관계자는 "셀토스는 동급 차량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큰 편에 속하고 공간활용도 측면에서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며 "바로 눈에 띄는 디자인에 있어서도 소형 SUV 가운데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