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수율안정화를 통해 퀄컴으로부터 대형 주문을 다시 따내 TSMC와 경쟁에서 앞서나갈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수율 안정화를 통해 퀄컴으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다시 따낼 가능성이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퀄컴 뿐만 아니라 AMD, 애플 등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글로벌 IT매체 익스트림테크와 폰아레나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60% 가량의 수율을 달성하며 안정화 궤도에 오르고 있어 퀄컴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TSMC보다 3나노 공정에서 좋은 수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신기술을 적용해 기술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이런 기조를 유지해 나간다면 내년 말 발표될 퀄컴의 새 AP 스냅드래곤 8 4세대 제품 생산에서 TSMC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명 IT팁스터(정보유출자) 레베그너스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가 오직 TSMC의 N3E(3나노 공정)에서만 제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와 다른 견해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가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빠르게 수율을 안정화하면서 주요 빅테크 고객사 사이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저울질 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사수 AMD 최고경영자는 21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탄력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TSMC 외에 다른 제조역량을 고려할 것이다”며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에 더많은 제조 시설이 개발되고 있는 일은 좋은 일이며 우리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지역의 제조시설을 활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리사 수는 인터뷰에서 특정 업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TSMC를 제외할 때 첨단공정 제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설계자산(IP) 확충과 수율 상승 등 기술고도화에 힘써 왔는데 그 결실을 조만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최근 연세대학교 강연에서 파운드리 사업이 높은 수율과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호텔사업과도 유사하다는 점을 짚으면서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고 다른 고객도 모셔올 수 있도록 3나노와 2나노 기술개발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높은 수율과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전자는 지난해 TSMC보다 앞서 새로운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도입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공정인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게이트의 통제력이 더 강화돼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도 성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누설전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만 TSMC는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3나노 공정에서 아직까지 기존 핀펫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IT매체 아난드테크와 익스트림테크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의 수율이 75%이상, 3나노는 6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TSMC의 3나노 공정 수율은 아직까지 약 5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수율에서 TSMC를 앞서는 모습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퀄컴과 AMD 빅테크 고객으로 고객사를 넓혀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나노 공정에서 새로운 첨단기술 GAA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생산 안정성만 확보한다면 과거 애플 모바일칩(AP)과 관련한 칩게이트 이후 TSMC와 비교해 기술력에서 저평가됐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칩게이트는 2017년 아이폰6S가 기기별로 배터리 지속시간 등 사양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혹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다수 언론과 사용자들은 프로세서 제조사가 삼성전자냐 TSMC냐에 따라 성능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외부기관의 조사결과 두 종류의 아이폰 성능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칩게이트 이후 삼성전자는 애플이라는 거대 고객사를 잃었다.
그 당시와 달리 현재는 삼성전자가 수율과 트랜지스터 기술력 측면에서 앞서 있는 만큼 퀄컴, 애플 등 TSMC에 뺏겼던 빅테크 고객사를 되찾아올 여지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첨단공정 수율은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추세가 차세대 2나노 공정까지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대만 TSMC와 격차가 크게 해소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GAA 기술에 기반한 반도체 위탁생산에 성공했고 3~5나노 파운드리 수율을 비약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더구나 TSMC 고객사들이 공급망을 이원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이탈했던 고객사를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