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삼성전자, TSMC 등 세계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10나노 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며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자체개발 AP ‘엑시노스’ 시리즈 신제품에서 10나노 공정의 성능경쟁력을 증명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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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10나노 공정으로 시험양산을 시작한 자체개발 AP(모바일프로세서) 신제품 ‘엑시노스8895’의 성능이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대량양산체제 구축과 수율 안정화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엑시노스8895는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 갤럭시S8에 가장 먼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최근 최대 4GHz(기가헤르츠)급 성능을 갖춘 삼성전자 엑시노스8895의 시범용 제품이 인도 수출입관리국을 통과했다. 갤럭시노트7에 탑재되는 엑시노스8890보다 성능이 30% 정도 우수한 것이다.
퀄컴의 차기 AP ‘스냅드래곤830’이 3.6Ghz급의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AP가 경쟁력이 더 앞선다는 정보가 나오며 외신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는 올해 말로 양산이 예정된 10나노 미세공정이 갖춘 장점을 자체AP로 확실하게 증명해냈다”며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10나노 양산공정은 현재 가장 앞선 14나노 공정보다 반도체회로를 더 미세하게 배열해 AP와 그래픽칩 등 시스템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10나노 미세공정 양산시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성능경쟁을 이어오고 있어 고객사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TSMC는 중국 AP업체 미디어텍의 고성능 신제품을 내년 1분기부터 10나노 공정으로 양산에 들어간다. 퀄컴의 경우 내년 신제품을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자체 AP를 탑재하는 대형 고객사 애플의 결정이 아직 불확실하고 엔비디아와 AMD 등 그래픽카드 업체들도 앞선 양산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가 성능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이유가 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7에 탑재되는 A10의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긴 데 이어 차기제품 A11도 TSMC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말이 확실하게 결정되는 시기인 만큼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보여주는 데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공세에 대응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쓸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하면서도 10나노 공정개발의 구체적인 양산시기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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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창 TSMC 회장. |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 10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의 기술경쟁력이 예상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향후 위탁생산사업에서 고객사 확대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사물인터넷용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이미 10나노 공정의 시험양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P시장에 진출을 포기해 당장은 중요한 경쟁상대로 꼽히지 않는다.
결국 TSMC가 정식 공개를 앞둔 10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첫 제품의 성능이 향후 삼성전자와 위탁생산사업 경쟁구도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기술개발시기가 늦고 수요도 불투명해 성과를 보이기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김 사장의 노력이 10나노 공정에서 증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