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생산거점 다변화 역설적 결과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더 커진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EPA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지만 이는 오히려 대만의 반도체 국가 역량과 국방력을 더 약해지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무역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만과 TSMC를 갈수록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의 약 3분의2를 차지하고 특히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급량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어 매우 중요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첨단 시스템반도체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물론 인공지능과 같은 IT분야, 슈퍼컴퓨터와 군사무기 등 영역에서 절대적인 필요성을 갖추고 있는 핵심 부품이다.

뉴욕타임스는 TSMC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40%를 책임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맞먹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을 더하고 있는 것은 자연히 미국 정부 입장에서 매우 경계해야 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TSMC도 중국의 침공 위협으로 높아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대만에 집중되어 있던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을 해외 국가로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1조 원)를 들여 4나노 및 3나노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도입하는 데 이어 일본과 독일에도 투자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과정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TSMC에 막대한 보조금 및 세제혜택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적극적으로 현지 투자 확대를 유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대만의 동맹 관계가 수평적이기보다 수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TSMC의 해외 투자를 두고 비판적 시각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 TSMC의 반도체공장 투자를 사실상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대만과 TSMC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반도체 국가 경쟁력을 의미하는 ‘실리콘 방패’가 중요한 요소로 지목됐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군사적 지원 등을 제공하며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일이 실리콘 방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의도한 대로 미국에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이 충분히 갖춰진다면 미국 입장에서 대만을 수호해야 할 이유는 그만큼 줄어든다.

TSMC의 반도체 생산 다변화가 결국 대만의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TSMC의 선택이 결국 중장기 관점에서 이러한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에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TSMC의 대만 내 반도체공장을 파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규제 등 압박이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수입을 대부분 막았지만 이를 우회적으로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 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을 모두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