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에 밀리고 ETF 승인도 멀어져, 비트코인 포함 가상화폐 좁아지는 입지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청한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신청이 거절됐다. 가상화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CBDC에 밀려 상용성이 뒷걸음치는 와중에 상장지수펀드 승인도 거절돼 투자 대상으로도 흔들리고 있어서다. .
 
3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8조6천억 달러(약 1경132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제출한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신청이 거절되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세 상승세가 꺾였다

6월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나스닥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에 비트코인 관련 현물 상장지수펀드 상장 신청을 거절했다.

이에 블랙록 등이 해당 거래소를 통해 운용하려던 상장지수펀드 등록은 무산됐다. 

이에 시카고옵션거래소는 함께 시장 감시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지정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재차 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규제 소홀 등의 혐의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 거절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3일 오전 8시38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4056만3천 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0.35% 내렸지만 큰 폭의 변화로 여겨지진 않는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도 오전 비트코인 가격을 두고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이익을 위해 서두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최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을 준비하는 가상화폐인 CBDC의 개발에 따라 비트코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으로 바라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6월22일 내놓은 ‘CBDC 기반 예금토큰 관련 글로벌 은행의 실증실험 사례’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은행들이 CBDC의 한 종류인 예금토큰을 통해 송금, 결제, 무역금융, 디지털증권 거래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예금토큰이란 은행 등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CBDC를 토큰화 해 개인에게 유통하고 안정성을 높인 가상화폐를 말한다. 

송금 결제 부문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국 11개 시중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CBDC 스테이블코인인 USDF를 발행하고 송금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역 금융 부문에서는 글로벌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핀테크기업 링크로지스와 협업해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플랫폼 유통을 실험하고 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호주 ANZ은행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호주달러 가치 연동을 올해 4월부터 진행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금융사들도 글로벌 은행과 함께 예금토큰을 활용한 실증실험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BDC에 밀리고 ETF 승인도 멀어져, 비트코인 포함 가상화폐 좁아지는 입지

▲ 3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의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 상장 신청이 거절됐지만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사태를 아직 지켜보기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가상화폐 가상 이미지.


이에 CBDC 예금토큰이 활성화하며 국제 무역거래 기능을 갖추면 비트코인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를 장점으로 내걸고 개발돼 흥행했다. 어느 한 곳의 중앙 서버에 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어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가 오히려 화폐로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돼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통화는 국가의 보증을 담보로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 국제 결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이에 비해 가상화폐는 누구도 그 가치를 보증할 수 없고 변동성도 커 아직도 실제 물건을 결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했다는 피자데이를 해마다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이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현물을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CBDC가 국제 실험을 거쳐 결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블랙록 등이 신청한 현물 상장지수펀드 상장을 통해 투자 대상으로서의 활력이라도 불어넣어지기를 원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거절하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더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업계 전반에 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점이 미래를 더 불투명하게 만든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6월6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화도 디지털화가 진행돼 더 이상의 가상화폐는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업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향후 CBDC에서 대체 수단이 충분히 개발되면 투기 대상으로 인식한 가상화폐에 관한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해 비트코인 등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