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투자규제 유예 무산되나, 미국 정치권 반대 목소리

▲ 마코 루비오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에 중국 공장 투자 유예기간을 추가로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상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 규제에 추가로 유예기간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미국 주요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 여론을 고려해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현지시각으로 29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의 중국공장 투자 규제 유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의 중국 반도체 시설 투자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이들 반도체기업은 중국 내 생산설비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놓을 수 없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로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올해 10월 만료되는 유예기간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에 1년 또는 그 이상의 유예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의 마코 루비오 및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이러한 방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을 내며 미국 상무부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대상으로 하는 성명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을 위한 유예조치는 미국 정부의 규제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상원의원들은 한국과 대만에만 특혜를 준다면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모두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이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래 기술을 지배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야욕을 꺾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 공급망을 차단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는 한때 차기 미국 대선후보에 거론됐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다. 2011년부터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하원의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에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탑재 가능성이 거론될 때도 가장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규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에 화살이 돌아가게 된 셈이다.

상원의원들은 러몬도 상무장관이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 투자 규제 유예조치 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들 기업이 중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를 계속 허용하는 일은 결국 중국 경제에 이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투자규제 유예 무산되나, 미국 정치권 반대 목소리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반도체 생산공장. < SK하이닉스 >

특정 국가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미국의 동맹국을 분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여러 동맹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루비오 및 홀리 상원의원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에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면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 정책은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라면 해외 반도체기업을 위한 특혜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여론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해 대중국 규제 정책에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런 조치에 반대하는 의견이 갈수록 힘을 얻는다면 관련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투자 규제 유예조치를 기존 계획보다 단축하거나 더 이상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 생산량 및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에서 투자 규제 유예조치를 연장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반도체사업에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 강화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잠재적 경쟁사를 키우게 된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루비오 및 홀리 상원의원은 최근 삼성전자 임원이 중국에 반도체공장 관련 문서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일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야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