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와 엑소 멤버 3인(백현, 시우민, 첸)의 ‘불공정 계약’ 관련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와 분쟁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일단 한 발 물러서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SM엔터 엑소 완전체 지키기 쉽지 않아, 동방신기 슈주 이어 흑역사 반복되나

▲ SM엔터테인먼트가 엑소의 '불공정 계약'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엑소 멤버 8명.


5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7월로 예정됐던 아이돌 그룹 엑소의 컴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엑소는 2012년 데뷔한 8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멤버들 군입대가 시작된 2019년 이후로는 완전체로서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2023년 6월 기준 엑소 멤버 중에는 카이(김종인)가 사회복무요원 신분이며 세훈은 아직 미필이다. 그 외 나머지 6명은 모두 군복무를 마쳤다.

엑소는 올해 7월 정규앨범 7집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멤버 3인이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엑소 멤버인 첸·백현·시우민(첸백시)은 지난 1일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에 여러 차례 정산자료 사본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정확한 정산내역 확인을 위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약기간의 부당함도 주장했다. 엑소 3인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멤버들과 12~13년의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후속 전속계약도 날인하게 해 계약기간이 17~18년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노예계약’을 강요했던 만큼 해당 전속계약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내고 “외부 세력이 당사 소속 아티스트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전속계약을 위반하거나 이중계약을 체결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며 “이는 불순한 외부 세력의 불법적인 행위다”고 일축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당사는 아티스트의 미래나 정당한 법적 권리와 같은 본질적인 내용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돈이라는 욕심을 추구하는 자들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엑소 3인이 SM엔터테인먼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엑소 3인은 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날) 공정위에 SM의 위반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하고 조속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며 “나아가 SM 소속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로부터 2007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불공정 계약을 체결해왔다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세 멤버가 요구한 정산자료의 사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방적 통보만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팬들이 기대하는 엑소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태도를 바꾼 것은 엑소 완전체를 지키는 것 못지않게 이번 논란이 소속 연예인 전체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정위와 좋지 못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던 배우 김지훈씨는 2005년 전속계약이 다른 연예기획사들과 비교해 기업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며 ‘전속계약 해지에 따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겼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공정위는 SM엔터테인먼트의 계약 조항이 불공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정위의 결과를 받아들였고 김씨는 전속계약이 해지됐다.

2009년에는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3인(김준수, 박유천, 김재중)이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을 펼쳤다. SM엔터테인먼트와 동방신기 멤버 3인은 3년여 기간에 걸친 소송전 끝에 계약해지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2010년 SM엔터테인먼트와 소속 연예인의 계약서를 전수 조사했다. 공정위는 SM엔터테인먼트의 불공정한 전속계약 체결행위에는 경고 조치를, 연습생과 일률적으로 3년 계약을 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 외에도 슈퍼주니어의 한경, 엑소의 데뷔 멤버에 속했던 중국인 멤버 3명이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SM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 조사를 피하게 되더라도 현재 계약해지를 통보한 3인과는 다시 함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