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3차 마스터플랜' 보고서를 통해 LFP 배터리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테슬라 주력차종 '모델Y'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2’를 출시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에 다시금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점차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입지는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12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가 앞으로 출시할 다수의 전기 승용차와 전기트럭은 LFP 배터리를 기본으로 탑재하게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가 최근 발표한 ‘3차 마스터플랜’ 보고서에서 LFP 배터리가 전기차 업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며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출시될 테슬라의 단거리 운송용 전기트럭 ‘세미라이트’와 53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소형 전기차는 모두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여기서 언급된 소형 전기차는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만5천 달러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 보급형 승용차 ‘모델2’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모델3과 모델Y 등 현재 판매되는 주력 차종은 모두 75kWh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보다 용량과 주행 거리가 모두 낮기 때문이다.
모델2는 앞으로 전기차 시장 경쟁에 큰 파장을 불러올 만한 잠재력이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적용하면서도 2만5천 달러의 낮은 가격에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델2 출시를 계기로 현재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GM과 포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여러 기업이 테슬라 모델2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지 못 하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일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는 데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시장에 선보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 온 모델2 출시는 이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테슬라는 모델3과 모델Y에도 앞으로 LFP 배터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미국 등 지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전기차도 LFP 배터리를 일부 탑재하고 있는데 비중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고려하면 LFP 배터리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가 이러한 계획을 ‘3차 마스터플랜’이라고 언급한 점은 앞으로 사업 전략이 이전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는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모델2 출시가 촉발하는 전기차 가격 경쟁은 한국 배터리 3사에 중장기적으로 위기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CATL의 배터리 기술 전시장 사진. |
LFP 배터리는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사실상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시장이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모두 NCM(니켈카드뮴망간) 배터리를 주력제품으로 한다.
NCM 배터리는 중국의 LFP 배터리보다 성능 및 주행거리, 무게 측면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니켈과 코발트 등 비교적 고가의 광물을 주요 소재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세계 전기차 기업들이 테슬라 주도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 절감에 집중한다면 자연히 전기차 부품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주요 대상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테슬라를 뒤이어 다른 자동차기업도 한국 배터리업체보다 중국의 LFP 배터리 물량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면 LFP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내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런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전기차 고객사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한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서 완성차기업과 합작공장 형태로 배터리를 생산해 충분한 잠재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등 부품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 전기차 주요 시장으로 성장하며 한국 배터리 3사의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모델2 출시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데다 현재 배터리 주요 공급사인 일본 파나소닉과 거래를 축소하고 중국의 LFP 배터리로 이를 대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는 LFP 배터리에 낙관적 전망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을 고려한다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에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