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에 거대언어모델(LLM) GPT-4.0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반도체 수요를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기업들의 기대감이 크다.
 
챗GPT발 반도체 호황 전망, 삼성전자 경계현 신기술로 수요 잡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다음 반도체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인 감산 없이 기존 계획대로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생성형 인공지능’이 불러올 반도체 호황기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독일 IT매체 하이세온라인 등에 따르면 MS 독일법인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드레아스 브라운은 이르면 다음 주 검색엔진 빙에 GPT-4.0 버전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이미 ‘빙’에 오픈AI의 챗GPT 기술을 접목해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적용된 버전은 GPT-3.5로 일부 사용자들로부터 속도가 다소 느리고 검색 결과값도 부정확할 때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GPT-4.0은 매개변수가 약 100조 개로 기존 GPT-3.5(1750억 개)와 비교해 큰 폭의 성능향상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MS는 최근 빙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는데 GPT-4.0이 도입되면 구글이 장악하던 글로벌 검색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MS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글은 새로운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했고 국내 기업들도 잇달아 한국형 챗GPT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한국형 챗GPT인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고 SK텔레콤도 인공지능 서비스 ‘에이닷’의 기능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중화는 필연적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 딥러닝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챗GPT는 28만5천 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1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훈련되고 있는데 사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서버와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종명 삼성전자 부사장은 10일 글로벌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챗GPT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반도체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큰 이슈”라며 "2천억 달러대였던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인 2015년 3천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챗GPT로 2025년 반도체 시장이 6650억 달러, 2030년에는 1억57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대 PC, 2000년대의 인터넷, 2010년대의 스마트폰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도체 호황기를 이끌 수 있는 혁신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챗GPT발 반도체 호황 전망, 삼성전자 경계현 신기술로 수요 잡는다

▲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 Microsoft >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올해 반도체 사업의 적자전환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새로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초입단계가 멀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10% 이상 감산, 미국 마이크론이 20% 이상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 사장은 불황기 투자를 해놓고 점유율을 최대한 확보해놔야 생성형 인공지능이 이끄는 다음 반도체 호황기가 왔을 때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2022년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기존 40.7%에서 45.1%로 1분기 만에 4.4%포인트나 확대됐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한 것은 반도체 사이클 개선을 앞당길 수 있는 주요한 배경”이라며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반도체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역량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1년부터 지능형 메모리반도체 ‘HBM-PIM’을 개발해 AMD 등에 공급하고 있다.

HBM-PIM란 기존에 데이터저장 기능만을 하던 메모리반도체에 연산기능까지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분야 등에서 데이터 이동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HBM-PIM을 활용하면 기존에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평균 성능이 2배 증가하고 에너지 소모는 50%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또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네이버가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를 서비스하면서 확보한 노하우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기술과 결합해 최적의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월에 열린 테크서지 서밋에 패널로 출연해 “챗GPT 서버는 일반적인 서버보다 5개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하고 더 스마트한 인공지능에는 컴퓨팅, 메모리, 연결성이 필요하다”며 “향후 반도체 트렌드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