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대폭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를 대상으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방식도 조명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두고 사실상 금융지주 이사회에까지 영향력을 뻗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치’ 우려가 나오지만 금융지주 이사회가 몇몇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 것이 왔다’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사실상 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의 장기집권에 제동이 걸린 만큼 사외이사 선임에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최장 임기를 채울 때까지 연임하고 물러나는 것이 보통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관례가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등 4곳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가운데 28명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새 사외이사 선임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나 금융당국의 기조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길게 자리를 지키는 일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사외이사의 임기가 길어지고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들보다 권한이 막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게 이들의 핵심 업무다.
하지만 금융지주 이사회가 그동안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느냐를 놓고 보면 그렇다고 확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새 수장을 맞이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과 2020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사태’ 등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회장 교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사외이사도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금융권에 적지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1월30일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성태, 박상용, 정찬용 사외이사는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에 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이들은 다음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바로 이 부분을 가장 염려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6일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회장 선출은 충분히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진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사외이사의 견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2021년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모두 113건의 의결안건이 논의됐는데 신한금융지주에서 단 한 번 안건이 수정돼 결의된 것을 빼고 모든 안건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기존 사외이사가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문제로 보는 시선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이 제한되는 만큼 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주주 추천제도 등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 3곳 금융지주는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를 심의 및 추천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해마다 1회 이상 금융사 및 은행 이사회와 직접 면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사회 구성이 적절한지 경영진에 대한 감시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은행 등 금융회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이사회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을 추진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