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블루마블’의 무늬도 바꿨다

▲ 연구 관련 분석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은 1972년(왼쪽)과 2022년(오른쪽)의 블루마블을 비교한 후 “새로운 블루마블에서 환경 악화의 가시적인 징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블루마블 속 남극 대륙에선 라르센 빙붕이 사라졌고, 북아프리카에선 초원의 푸른 그림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위키미디어>

[비즈니스포스트] 1972년 12월7일, 한 장의 사진으로 지구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구로부터 약 3만3천km 거리에서 아폴로17호가 찍은 사진이었다. 지구 역사상 최초였다. 

이 사진 속 지구는 검은 우주 속에서 푸른 구슬처럼 빛나고 있었다.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 붉은 대륙은 푸른 산맥을 두르고 누웠다. 그 위로 흰 구름이 남극으로부터 뻗어 나오며 말로 묘사할 수 없도록 다채로운 자연의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지구를 블루마블(Blue Marble) 즉 푸른 대리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블루마블의 무늬가 바뀌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호주의 연구 관련 분석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은 31일(현지시각) 1972년과 2022년 두 개의 블루마블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2022년 찍은 블루마블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아폴로 17호의 블루마블 촬영 50주년을 기념해 같은 날짜인 12월7일 촬영한 것이었다.

더 컨버세이션은 “새로운 블루마블에서 환경 악화의 가시적인 징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먼저 남극 빙상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라르센 빙붕이 사라진 여파가 컸다. 해빙 역시 50년 전 겨울보다 작아졌다.

산맥 꼭대기를 덮었던 눈도 사라졌다. 50년 전 이란 자그로스 산맥, 아라비아만 북쪽의 중앙 산맥에서 보였던 눈은 최근 사진에선 자취를 감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녹색’의 감소였다. 더 컨버세이션은 “아프리카 열대 지역 특히 북부 지역을 짙은 녹색으로 물들였던 식물들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북부 사하라에 있는 차드 호수에선 어두운 녹색 그림자가 사라졌고, 숲은 50년 전 있던 자리보다 남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작했다.

달라진 지구의 무늬는 북아프리카 서부의 사헬 지역이 사막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와도 일치했다. 연구에 따르면 1954년과 2002년 사이 사헬 지역의 나무 밀도는 18% 감소했다.

더 컨버세이션은 “(아폴로17호가 찍은) 그 초상화는 이제 역사적 유물이 됐다”며 “새로운 이미지는 기후변화 50년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