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만든 경찰규칙이 경찰위원회를 건너뛴다는(패싱) 논란과 관련한 심판은 각하했다.
▲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경찰규칙 관련 권한쟁의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이 12월22일 재판정에서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의 ‘100m 이내 집회 금지구역’ 가운데 ‘대통령 관저’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화하면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2024년 5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는다면 현행법은 효력을 잃는다
현행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근거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을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근처 일부 집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다른 수단들로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며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소통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집회로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려 할 때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며 “관저 인근 집회의 일괄 금지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경찰위원회 패싱' 논란을 낳았던 경찰규칙 관련 권한쟁의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별도의 변론 없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경찰위원회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원래 권한쟁의심판은 시작 전에 공개변론 절차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변론 없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국가경찰위원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봤기때문이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만이 청구할 수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행정안전부가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의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면서 경찰청장이 특정 분야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보고를 하도록 해 자신들의 의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국가경찰위원회 패싱' 논란이 벌어졌고 국가경찰위원회는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자체가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법개정 없이 대통령령으로 경찰국을 설치한 대목이 위법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