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로 고정 소비자층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왔다. (사진 왼쪽부터)애플 아이폰14와 아이폰14플러스, 아이폰14프로.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과 앱스토어 정책 변화 등 영향으로 그동안 애플 기기를 꾸준히 사용해 오던 고정 소비자층의 수요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연말 쇼핑시즌에 애플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등 제품 판매를 늘릴 기회를 맞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의 ‘충성고객’으로 불리는 아이폰 등 제품의 고정 사용자층이 점차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을 쓰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다른 회사 제품보다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는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앞으로는 애플이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어떤 IT기업도 애플과 같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최근 2개월에 걸쳐 이들의 충성심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제품 사용자들의 심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11월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아이폰14 등 주력 상품의 생산 지연으로 꼽횐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에 위치한 아이폰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형 아이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강경한 코로나19 대응에 반대하는 시위가 아이폰 최대 공장에서 벌어지는 사태도 발생하면서 아이폰 생산 지연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증권사 UBS에 따르면 미국 최대 소비기간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제품을 받을 수 있기까지 걸리는 평균 날짜는 11월 말 기준 40일에 이르렀다.
현재는 생산 차질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23일가량의 기간이 소요된다.
미국 주요 통신사는 연말 성수기에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을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에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촉진 행사가 집행됐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아이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보조금과 사은품 등 마케팅이 아이폰 대신 다른 회사 스마트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잠재 소비자층이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릴 만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아이폰 생산 차질은 애플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공급 지연에 따른 충성 소비자층의 이탈에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은 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탄탄한 삼성전자를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4'(왼쪽) 및 '갤럭시Z플립4'. |
상반기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는 카메라 성능과 디자인 등 측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 등 제품은 애플이 아직 출시하지 않은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아이폰을 쓰던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기술을 강조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사 베스트바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22 및 폴더블 스마트폰 구매자는 보상판매 등 조건 없이 통신사에서 최대 600달러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폰14 시리즈를 구매할 때 통신사가 제공하는 할인이 보상판매를 제외하고 최대 100달러에 그친다는 점과 차이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연합(EU)의 규제로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유럽연합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만 아이폰용 앱을 내려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고 판단해 이런 정책을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애플은 현재 이런 규제에 대응해 사용자들이 앱을 앱스토어 이외에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다른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앱을 갤럭시 등 다른 제품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외부 스토어의 앱 구매와 다운로드를 허용한다면 사용자들은 앱 개발사에서 직접 모바일앱을 구매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이용하게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이런 새 정책을 유럽 이외에 다른 지역까지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폰 충성고객들이 계속 아이폰을 구매해야만 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 및 디스플레이 성능, 디자인 등 하드웨어 측면의 장점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런 변화를 기존 아이폰 사용자 수요 확보에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소비자 충성도 유지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아이폰 생산 차질과 앱 설치 개방을 두고 소비자 이탈을 막아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