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비속어 논란으로 국정감사까지 여야의 기싸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야의 정쟁으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증인채택이 무산되는 등 이번 국정감사가 실효성 있게 진행될 것인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체납, 전동킥보드 안전 등 생활 밀착 현안들이 주목받을지 주목된다. 국회의사당 전경. |
하지만 정쟁과는 거리가 먼 일반 시민들의 삶을 살피거나 사회문제를 짚는 국정감사 활동도 적지 않다. 이들이 얼마나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감을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사업주 국민연금체납, 불법개인정보 유통, 전동킥보드 안전사고, 주한미군 군사우편 마약밀반입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로자들이 사업주들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국민연금 피해를 입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주가 월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공제하고도 공단에 납부하지 않아 국민연금 체납통보를 받는 근로자의 수가 2021년 80만6135명에 달했다. 2022년에는 6월 말 기준 35만6312명이 체납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체납기간만큼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단축되고 수령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주가 납부하지 않은 체납 보험료를 근로자가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개별 납부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근로자 수는 2021년 기준 1934명에 불과했다.
최 의원은 “국민연금 납부의무를 불이행하는 사업주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을 확률이 높고 피해근로자들도 저소득층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이용자가 급증한 ‘전동킥보드’에 관한 규제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에서 2022년 7월 한 달 동안 개인형 이동수단(PM,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소형이동수단) 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사례가 8천 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2021년 전동킥보드에 탑승할 때 안전 헬멧 착용과 면허증 소지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규 위반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의 2022년 7월 법규위반 사례는 8494건으로 지난해 월별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던 4370건(2021년 8월)보다 많았다. 위반 사유는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음주운전, 2인 이상 탑승 순이었다.
횡단보도나 인도에 무단으로 방치된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도 2020년 126건에서 2022년 1675건으로 1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홍 의원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동킥보드 대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통일된 대응 기준이 없는 실정을 지적하며 ‘전동킥보드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국민들의 개인정보 불법 유통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2018~2022년)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물 6만879건이 탐지됐으나 삭제되지 않고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삭제되지 않은 불법 개인정보 유통 게시물의 63.3%가 해외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웹사이트의 개인정보 불법거래 게시물은 웹사이트 운영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해외 사이트를 통한 개인정보 불법유출 및 유통에 관해 국제 수사기관과의 공조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과 연예인 마약사범이 증가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 군사우편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되는 마약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군 군사우편을 통해 밀반입되는 마약량이 3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201g이었던 주한미군 군사우편 밀반입 마약은 2021년 2291g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1회 마약 투여량은 코카인 0.03~0.05g, 엑스터시 1정, 대마 0.5~1g 등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주한미군 군사우편 밀반입 마약만으로도 수천 명에게 투약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의원은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 가운데 전자담배로 이용이 가능한 ‘대마 카트리지’가 많았던 점을 주목했다. 대마 카트리지는 외형상 일반 액상 전자담배와 구별이 쉽지 않고 대마초와 달리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주한미군 뿐 아니라 그 자녀들까지도 마약을 밀수하고 유통해 재판을 받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는다”라며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담배만큼이나 쉬운 마약’이 어디까지 퍼질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