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밈(Meme)주식' 열기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밈주식은 자금 손실위험이 큰 편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타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 서학개미들의 밈주식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밈주식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한 베드 배스 & 비욘드(BB&B·BBBY) 매장. <연합뉴스> |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며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전통적 대형주보다는 밈주식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밈주식 투자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 없이 입소문으로 유행을 타는 주식이다 보니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밈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문구 등을 뜻한다.
밈주식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주식이라는 의미로 '레딧(Reddit)주식'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활동하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밈주식 열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밈주식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없이 개인투자자 사이 입소문을 타고 매수와 매도 주문이 몰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주가의 변동 이유를 설명할 특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밈주식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게임스탑 공매도 사건' 때부터로 볼 수 있다.
비디오게임 유통 기업인 게임스탑이 실적 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몰려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격대상이 됐는데 이 기업을 지켜내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 매수를 결의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주식을 미친 듯이 사들였고 2021년 1월4일 17.25달러였던 게임스탑 주가는 1월29일 325.00달러까지 폭등했다. 2020년 말 시가총액 13억 달러 수준이었던 게임스탑은 2021년 1월 말 200억 달러까지 규모가 늘어났다.
하지만 유행 지난 아이템이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것처럼 유행 지난 밈주식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하루 사이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만큼 폭락하기도 한다.
2021년 1월 말 거래제한 조치에 게임스탑 주가가 44% 폭락하더니 2월 말 하루 사이에 100% 폭등했다. 3월에도 24일 실적부진 소식에 주가가 34% 떨어졌다가 25일 이유 없이 주가가 50% 넘게 상승했다.
롤러코스터같은 밈주식의 주가 흐름 속에서 고점에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안게 됐다.
2022년 들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밈주식은 베드배스&비욘드(BB&B·BBBY), 게임스탑(Game Stop),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다.
BB&B는 목욕 및 생활용품 판매업체다. 6월 말에서 7월 초 4~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현지시각으로 8월17일 23.08달러까지 급상승했다. 7월1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가 358.85%나 폭등한 것이다.
18일에는 라이언 코헨 게임스탑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BB&B지분을 모두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BB&B 주가가 19.63% 떨어졌다. 19일(-40.54%), 22일(-16.23%), 23일(-4.98%)까지 4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29일에는 BB&B가 자금줄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다시 주가가 25%나 뛰기도 했다.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종목은 BB&B뿐만이 아니다.
미국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인 AMC 역시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8월1일부터 11일까지 주가가 74.86% 폭등했으나 22일 경쟁사인 시네월드의 파산 소식이 들리자 주가가 41.95% 폭락했다. 8월11일부터 30일까지 AMC 주가는 36.33% 떨어졌다.
미국 투자회사 존 핸콕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매트 미스킨은 미국 경제포털 '야후 파이낸스'에 출연해 "최근 다시 불고 있는 밈주식 열풍은 위험천만하다"며 "밈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고 경고했다.
권혁중 경제평론가도 JTBC에 출연해 "7월1일부터 지금(8월22일)까지 BB&B에 투자된 서학개미들의 금액이 우리 돈으로 1천억 원 정도"라며 "손실이 상당히 클 것이다"고 말했다.
권 평론가는 "밈주식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전혀 상관이 없고 유행을 쫓아가는 주식이다"며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에서 돈을 빼 밈주식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투자 손실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밈주식을 소규모만 보유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계적 투자 전략가로 손꼽히는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변동성이 큰 밈주식은 일종의 도박"이라면서도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밈주식을 포트폴리오의 10~15% 수준으로 가지고 노는 건 좋다"며 "포트폴리오의 80%를 잃을 여유가 있고 엄청난 돈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밈주식이 포트폴리오의 큰 부분을 차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