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가 쉼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변동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인력감축을 통해 외형을 축소하고 수익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업황악화에 따른 타격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주력사업 외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 삼성전자, 구조조정으로 선제대응
29일 업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에서 인력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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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임직원은 9만7149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778명 줄었다. 특히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CE부문의 직원이 5031명이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E부문 산하에 있던 조직이 다른 사업부로 이동하는 등 조직개편에 따른 인원변동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TV와 생활가전에서 중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공세가 거세지자 삼성전자가 고가 라인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하며 CE부문에서 특히 큰 폭의 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등 부품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직원은 1292명, 기타사업부는 1819명 늘었으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직원 역시 소폭 늘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전사조직인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자동차부품 관련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반도체사업에서 사물인터넷과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담당하는 신사업팀을 조직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세계 IT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는 데 대응해 가전과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외형 성장보다 수익확보를 중점에 두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인력 효율화작업으로 인원을 줄이면서도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전담팀의 인원을 확충하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직원 역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711명 줄었다.
이는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급과잉으로 LCD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출하량을 줄이며 고화질 대형 패널의 생산에 집중하는 구조조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패널 시장이 확대될 경우 LCD패널의 비중을 더욱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세계적 업황악화에도 경쟁사들과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며 "발빠른 선제대응전략이 주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부품계열사도 성장동력 찾기 주력
삼성전기의 경우 모터사업과 파워, 튜너 등 부진한 사업을 분사하거나 매각하는 등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가운데 구조조정 가장 강하게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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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왼쪽)와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직원은 1만1543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82명 줄었다.
삼성전기는 "부진한 사업부문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부품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기반을 갖췄다"며 "지속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올해 2월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케미칼부문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영향으로 큰 폭의 인력변동이 일어났다. 직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1년 사이 1497명 줄었다.
삼성SDI는 "향후 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케미칼부문의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을 놓고 증권가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품공급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던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로 성장전망이 어두워지자 조직을 효율화해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 사업부문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만큼 생산시설 투자확대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가속화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의 경우 삼성전자에 매출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삼성전자와 동반부진을 겪지 않으려면 신사업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는 강하게 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구조조정이 끝난 뒤의 성장전략이 더욱 중요하다"며 "빠른 시장변화에 대응하려면 더 확실한 선제적 대응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