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3일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과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노이의과대학과는 알츠하이머병을 사전에 진단하는 키트와 솔루션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KT는 또 베트남 국립암센터와도 협력해 암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을 개선하고 암 사후관리를 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KT가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할 해외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경제발전속도에 비해 의료인프라가 뒤처져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베트남은 한국과 시차가 크지 않고 우리나라에 우호적 태도를 갖고 있어 국내 디지털헬스케어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더구나 베트남에 사업기반을 먼저 구축하면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이 빠른 주변 동남아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KT는 시범서비스를 통해 사업경험을 확보한 뒤 올해 안에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정식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 디지털헬스케어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고훈석 KT 디지털바이오헬스사업단 상무는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한국 톱클래스 의료진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했다”며 “이들이 베트남 현지의료진을 대상으로 의료기술교육을 진행하고 베트남 의료진이 원격진료를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이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KT는 베트남시장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이 안착하기까지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베트남 현지 건강기능식품업체 및 제약사와도 협력해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을 처방받고 배송하는 서비스도 시작해 수익을 올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2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개최한 '디지털X 서밋2020'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미디어, 금융, 로봇, 커머스, 부동산(모빌리티 포함) 등과 함께 헬스케어를 8대 신사업으로 꼽아 이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인공지능, 클라우드, 미디어 등에 비해 디지털헬스케어부문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아 연말 연임여부가 결정되는 구 사장으로서는 디지털헬스케어부문에서도 성과를 내는 데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법률 체계 등의 한계로 원격의료 등 디지털헬스케어시장 관련 기반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때문에 KT로서는 글로벌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 비대면진료가 금지돼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사회적 대유행)으로 인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와 해외에 체류하는 재외국민에게만 제한적으로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KT는 해외 디지털헬스케어시장에 눈을 돌리고 올해 2월 러시아 최대 민간의료법인인 메드시그룹과 러시아에 건강검진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경제제재조치에 나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KT는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동남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업계에서는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규모가 2020년 250억 달러(31조 원)에서 2025년 550억 달러(67조 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베트남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원격의료를 비롯한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개화되면 국내 사업에도 힘 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바이오헬스를 ‘5대 메가테크’ 가운데 하나로 꼽고 원격의료등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놔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