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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7일 서울 명동 SK네트웍스 본사에서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사촌들과 SK그룹의 미래에 대한 정리를 마친 것일까?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부친인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를 대대적으로 기리고 있다.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에 대한 최신원 회장의 깊은 애정의 표현이라는 해석과 함께 SK그룹의 오너일가에서 SK네트웍스의 계열분리에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사촌들이 함께 경영을 하고 있어 역할이 정리돼야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최신원, SK네트웍스에서 최종건 기려
최신원 회장은 20일 선경최종건재단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선친께서 평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인재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앞으로 장학사업을 계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경최종건재단은 2004년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30주기를 맞아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최종건 창업주의 부인 노순애씨가 이사장으로 있다가 올해 별세한 뒤 최신원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최신원 회장이 최종건 창업주를 기리는 행보는 최근 강화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올해 19년 만에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SK그룹의 모태기업으로 돌아오자 최종건 창업주를 기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7일 SK네트웍스로 처음 출근해 가장 먼저 로비에 설치된 최종건 창업주 동상에 큰절을 했다. 이 동상은 원래 최신원 회장의 SKC 집무실에 있던 동상인데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SK네트웍스 본사 로비로 옮겼다.
최신원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SK그룹 모태기업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척과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창업정신을 되살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업문화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최신원 회장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부친이 세운 선경을 재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신원 회장은 이전에도 SKC를 독립적으로 경영했지만 지금처럼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에서 SK네트웍스를 계열분리하기로 최태원 회장과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최종건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이 모태다. 1973년 최종건 창업주가 별세한 뒤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물려받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등을 인수해 SK그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선경직물은 선경, SK상사, SK네트웍스로 여러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최신원 회장은 부친이 설립한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은 이번에 창업주의 창업정신을 기리기 위해 로비에 동상과 함께 선경직물의 대표상품인 ‘닭표 안감’ 상징물을 설치했다. 닭표 안감은 1995년 선경직물이 처음 해외에 수출한 상품이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에서 부친의 창업정신만 부활하는 게 아니라 최신원 회장의 경영색채도 덧씌울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 임직원들과 해병대 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해병대 258기 출신인데 SKC 시절에도 임직원들과 함께 3년에 한 번씩 해병대 캠프에 참석했다. 직원들과 소통의 기회를 늘리는 한편, 동료애와 도전정신, 극기와 책임감을 배양하기 위한 경영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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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 최신원과 최창원, 계열분리 약속했나
SK네트웍스 사업구조상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계열분리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종합상사로 알려졌지만 휴대폰 단말기 유통사업과 에너지 유통사업 등을 주력으로 한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과 긴밀하게 연결된 사업구조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사업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에너지 유통과 렌터카 사업을 아우르는 E&C부문이 42.76%를 차지해 상사부문(27.00%)보다 많았다. 휴대폰 유통 등 정보통신부문이 24.81%로 그 뒤를 따랐다.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지분도 계열분리로 이어지기까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SK네트웍스 지분은 0.51%에 그친다. SKC 지분 역시 1.62%에 불과하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도 0.01%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최신원 회장 본인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계열분리에 대해 질문을 받자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어느 시점이건 계열분리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신원 회장이 매우 적은 지분이지만 조금씩 지분을 늘릴 때마다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지분확대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14일 SK네트웍스 주식 1만 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올해에만 SK네트웍스 주식 14만 주(0.05%)를 늘렸다. 지난해 한해 동안 사들인 주식(12만 주)보다 올해 사들인 주식이 더 많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의 경우 당장에라도 계열분리가 가능하다.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 지분 17.00%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SK케미칼은 SK가스-SKD&D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다만 SK건설의 처리가 남아있다. SK건설의 지분을 보면 SK케미칼이 지분 28.25%, 최 부회장이 4.45%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SK의 44.48%에 미치지 못한다.
최창원 부회장이 앞으로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SKD&D 지분 24%를 처분해 계열분리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근 들어 SK케미칼 지배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2014년 11월 SK케미칼 주식 62만3천 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올해 3월 등 매년 지분을 늘려왔다. 3년 사이 최창원 부회장 지분은 10.18%에서 17.00%로 늘어났다.
SK그룹의 소식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사촌들의 계열분리를 전제로 SK그룹을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사촌들이 맡고있는 회사들의 사업재편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