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새 스마트폰에 자체개발한 고성능 AP(모바일프로세서)를 탑재하며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AP의 성능이 퀄컴의 최신작 '스냅드래곤820'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수하면서도 세계 AP시장에서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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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자체 AP 장착을 확대해 스마트폰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향후 사물인터넷과 자동차 등 신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7일 전자전문매체 슬래시기어에 따르면 퀄컴 스냅드래곤820의 성능이 경쟁사의 최신 AP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냅드래곤820은 성능측정기관인 안투투의 실험결과 13만 점대의 점수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의 A9이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으며 삼성전자 엑시노스8890은 3위, 화웨이의 기린950은 4위를 차지했다.
그래픽 성능 측정에서 차이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스냅드래곤820이 5만 점대의 점수를 올린 반면 A9과 엑시노스8890은 3만점 대, 기린950은 1만점 대의 점수를 기록했다.
AP의 실제 구동성능은 탑재된 스마트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안투투는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퀄컴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7'에 엑시노스8890과 스냅드래곤820을 시장별로 나눠 탑재한다. 화웨이 역시 기린950을 차기 신제품 'P9'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자체 AP를 탑재하는 것은 퀄컴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자랑하는 AP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퀄컴의 AP에 대한 스마트폰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퀄컴이 AP의 단가를 올리면 AP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제조사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성능 AP가 스마트폰 외에 사물인터넷 기기와 가상현실기기, 자동차 등으로 수요처가 확대되는 점도 자체적인 AP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퀄컴의 시장지배력이 스마트폰을 넘어 다른 분야로도 강력하게 확대되면 다른 업체들은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런 신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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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 AP '스냅드래곤82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8890'. |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사물인터넷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성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P를 적용한 사물인터넷용 통합반도체 모듈 '아틱'을 정식으로 출시하고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 역시 최근 사물인터넷과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공개하고 자체적인 플랫폼과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통해 AP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은 이런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시장의 성장은 AP 등 반도체 수요를 확실하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반도체기업들은 기술력과 생산량 확보에 모두 주력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