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개편안 공청회 모습. <유튜브 채널 국토TV 영상 갈무리> |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개편을 놓고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을 예고했지만 현재 신속한 주택공급 추진이 최우선 과제인 데다 조직개편 자체를 놓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28일 국토부는 국토부 누리집,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개편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토부의 최종안은 8월에 한 차례 더 공청회를 거쳐 결정된다.
국토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6월에 내놓은 ‘LH혁신안’을 통해 제시한 조직개편 방법 3가지를 설명하면서 3안이 가장 적절하다는 기존 평가를 놓고 학계, 소비자단체 등 패널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조직개편방안 3가지는 △토지부문과 주택·주거복지부문을 병렬분리(1안) △주거복지부문과 토지·주택부문을 병렬분리(2안)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수직분리(3안) 등이다.
국토부는 3가지 방안을 놓고 3안이 공공성 강화, 차질없는 정책추진 등에 높은 점수를 주며 전체별점 8.5점을 제시한 바 있다. 1안 전체별점은 6.5점, 2안 전체별점은 6.5점 등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과 앞으로 개발보다는 주거복지 등이 강화되는 추세에 걸맞는 조직형태가 무엇인가 등을 놓고 3가지 안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며 “국민신뢰 회복도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현실적으로 3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태도는 투기논란 등에 따른 후속조치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조직개편은 불가피하지만 2·4공급대책 등 신속한 주택공급은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기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권한을 지나치게 쪼개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3안은 물론 1안, 2안을 놓고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6월에 LH혁신안이 발표될 때 조직개편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민주당 안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발이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사태로 지지도에 크게 타격을 받은 만큼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인식될 만한 변화가 절실하다.
3안 자체를 놓고 비판도 만만치 않다.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이 분리되지 않는 데다 분리되는 주거복지부문과도 모자회사 관계로 묶여 그동안 권한이 비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체 권한이 사실상 그대로 기업집단에 남는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3안을 통해 주거복지부문을 담당하는 모회사가 토지와 주택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감독하게 만든다는 국토부의 구상을 놓고도 직접 감독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불필요하게 모회사를 만들어 감독책임을 얹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조직개편 자체를 향한 회의적 시선은 국토부가 논의의 방향을 잡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패널로 참석한 김희준 뉴스1 기자는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 몇 개가 썩었다고 사과나무를 잘라내야 하느냐”며 조직개편 논의 자체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김 기자의 발언에 실시간 채팅에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교각살우", "세월호 사고 뒤 사고를 수습해야 할 해양경찰을 해체한 일이 생각난다" 등 호응하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도 분사에 중점을 둔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개편안을 놓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원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합쳐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만든 데에는 기능중복 해소, 효율성 강화 등 이유가 있었던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권한을 몇 개 회사로 어떻게 나눌지를 논의하는 것보다 지금 중요한 일은 내부통제 강화 등 실질적 조치라는 것이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때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을 위한 찬반 논의가 16년에 걸쳐 추진된 데 반해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은 3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마련된 것”이라며 “토지, 주택 등 개발과 공급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국민 주거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영 및 업무 효율성과 관련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