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낸드플래시기업 YMTC가 흔들리면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더 큰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을 목표로 대규모 반도체 육성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비하다. SK하이닉스가 중국의 인텔 낸드공장을 인수해 현지 사업규모를 더 확대할 경우 SK하이닉스를 향한 중국의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파산절차를 밟으면서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YMTC도 투자 위축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파악된다.
YMTC는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기업이다. 중국 반도체기업 가운데 낸드플래시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양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도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128단 낸드 생산계획을 밝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낸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을 많이 쌓을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128단 낸드를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메모리반도체기업으로 한정된다. YMTC는 128단 낸드를 개발함으로써 해외 반도체기업을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YMTC는 또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67% 키워 65억 달러 규모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YMTC의 이같은 투자는 올해 낸드업계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고 설명했다.
다만 YMTC의 이런 사업 확장이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YMTC를 지원해 온 칭화유니그룹이 막대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 6월 기준 부채 310억 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시기 보유한 현금자산은 8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부터 몇 차례 채무불이행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휘상은행 등 채권자들은 칭화유니그룹이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칭화유니그룹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중론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국립대 칭화대학교가 설립한 기업으로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YMTC의 사업 추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YMTC는 투자 규모와 별개로 128단 낸드플래시의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목표를 충족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에 관한 낸드플래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으로 꼽힌다.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매출기준 글로벌 반도체산업 규모는 4368억 달러로 추산됐다. 중국은 이 가운데 1510억 달러를 차지해 가장 매출이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시장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외부 반도체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현지에서 생산된 반도체 생산량보다 2배가량 많았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반도체의 경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작지 않은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매출을 보면 중국의 비중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1조9천억 원을 거뒀는데 중국지역 매출이 12조2천억 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올해 말 인텔의 낸드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낸드 수요를 확보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 낸드공장은 생산능력이 월 8만 장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낸드 생산능력의 40% 규모를 현지에서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치기 위해서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직 인수 허가를 내리지 않은 규제당국을 통과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반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마지막 장벽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한 현지 반도체기업이 휘청거리는 만큼 중국 정부는 원활한 반도체 수급을 위해서라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 반도체기업 우한훙신반도체(HSMC)는 정부 자금 153억 위안(약 2조7천억 원)을 지원받고도 청산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