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준법경영과 도시정비사업 수주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최근 리모델링사업은 시공사 자격기준을 올리며 입찰 문턱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치열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도 수주할 수 있는 사업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리모델링사업에서 시공사 입찰자격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조합이 준공 이후 집값 상승에 유리한 대형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대형건설사만 참여할 수 있는 시공사 입찰자격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사업은 재개발, 재건축사업과 달리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시공사 입찰자격에 제한을 두는 제한경쟁입찰이 가능하다.
최근 수원 영통구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민영5단지)는 리모델링사업 시공사 입찰자격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 20위 이내, 신용등급 ‘AA-‘ 이상 등을 내걸었다.
이 입찰자격을 충족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등 4곳에 그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더 높은 시공사 입찰자격기준을 걸고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할 단지도 늘어날 것으로 도시정비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리모델링사업 입찰 문턱이 높아지는데 부담을 느끼겠지만 오 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위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용등급 ‘AA+’를 보유하고 있고 풍부한 현금까지 들고 있다.
시공사 입찰기준이 더 높아지더라도 삼성물산에게는 경쟁을 줄이는 효과만 안길 뿐 입찰이 제한되는 걸림돌로 작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살피면 오 사장에게 리모델링사업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잡음 없이 수주잔고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탓에 많은 사업장에서 상호 비방과 이에 따르는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준법경영을 최우선으로 삼아 나가고 있는 삼성물산에게 그동안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삼성물산은 경쟁에 따른 준법 수주의 훼손 우려로 2015년~2020년 초반까지 5년여 동안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으로 도시정비사업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후 다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수주전에는 1년 가까이 참여해오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수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조합이 먼저 사업 참여를 제시해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기도 해 오 사장으로서는 준법경영과 관련한 잡음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오 사장이 올해 7년 만에 리모델링사업에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일부 회의적 시각이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재개발, 재건축사업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품은 많이 들어가는 리모델링사업에 다시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오 사장의 리모델링사업 복귀는 준법경영을 유지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현재 경쟁자가 없는 2곳의 리모델링사업에 뛰어들어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를 앞두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아남아파트는 단독입찰로,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해 모두 리모델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곳 외에 추가로 참여가 결정된 리모델링사업은 없다”며 “입지와 사업성을 따져 향후 리모델링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