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가 모회사 LG화학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물적분할 당시 거론됐던 모회사 디스카운트(주가 할인)의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 신학철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 겸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르면 2021년 8월 상장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위해 패스트트랙(신속 심사)을 신청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8월 안 상장도 가능하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시선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기업공개와 관련한 내용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시점이 다가올수록 LG화학 주주들은 모회사 디스카운트의 현실화와 관련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는 일반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잘 알려져 있다. 지주사(모회사)와 사업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다면 시장에서 지주사(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일반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본부, 첨단소재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기타사업본부(팜한농)로 구성돼 있는 사업회사다.
그동안 전지사업본부(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성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려있었던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LG화학의 가치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모회사와 단 1개 자회사만이 상장한 국내 상장사는 2016~2020년 5년 동안 39개다.
이 가운데 24개 회사 주가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율로 환산하면 61.5%로 간과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2차전지업종으로 좁혀 보면 에코프로에서 분할돼 상장한 양극재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상장 당일인 2019년 3월5일 주가가 6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장 마감가격 기준 최고가는 2021년 1월27일 19만7100원으로 주가 상승률은 211.87%다.
반면 모회사인 에코프로 주가는 2019년 3월5일 3만7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최고가는 2021년 2월15일의 6만5400원이다. 주가 상승률은 113.03%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업공개의 일반적 양상을 들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분할 등 기업구조개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기업공개 과정에서 적정 기업가치보다 할인된 수준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된다”며 “LG화학 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에 따른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 주주들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따른 지분율 하락뿐만 아니라 낮은 공모가격 책정에 따른 기업가치 희석 측면의 손해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LG화학 소액주주들이 가장 불안해 할 시나리오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소액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에 참여해 주식을 배정받는 것으로 지분가치 희석분을 만회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LG화학 주가에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물적분할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분할 배터리법인의 지분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지분가치 하락은 제한될 공산이 크다.
LG화학에 남아있는 사업들도 성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 배터리소재 양극재의 생산량을 현재 4만 톤에서 2025년 17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증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과학사업본부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치료제 등 신약의 개발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의 전통적 현금 창출원인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9679억 원을 내 전년보다 39% 급증하는 등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도 첨단소재, 생명과학, 석유화학 등 배터리에 가려졌던 기존 사업들의 가치가 LG화학 시가총액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LG화학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 시가총액에서 첨단소재, 생명과학,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들의 가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68조 원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투자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 100조 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분가치 희석을 감안해도 LG화학 기업가치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