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섭 비비안 대표이사가 신규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시작으로 여성속옷 중심의 비비안을 종합패션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비비안에 따르면 빠른 시일 안에 신규 브랜드 '그라운드 V'를 출시하기 위해 세부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그라운드 V는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해 스포츠브라와 레깅스, 운동복을 아우르는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다.
비비안은 2021년 가을겨울 시즌을 염두에 두고 론칭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비안 관계자는 “속옷과 스타킹 등 비비안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분야와 접점이 있는 패션분야에서 다각화 방향을 모색했다”며 “이미 비비안 브랜드로 내놓은 애슬레저 제품의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신규 브랜드의 론칭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비안은 2018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레깅스를 내놓기 시작했고 2020년 5월에는 레깅스, 스포츠브라, 브라런닝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비비안이 애슬레져 시장에 진출하면 60년 넘게 속옷과 스타킹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비안 관계자는 “살에 직접 닿는 애슬레저 제품 특성상 소재와 인체에 대한 이해가 높은 속옷회사와 일반 패션기업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비비안은 특히 브래지어에만 100개가 넘는 패턴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디자인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기존 비비안 제품을 판매하는 3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스포츠웨어사업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비안은 현재 기존 비비안 속옷매장에서 그라운드 V 제품을 같이 판매할지 아니면 다른 신규 매장을 론칭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가 수십년 동안 집중해온 여성 속옷 시장을 벗어나 제품 다각화와 신규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는 이유는 속옷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여성속옷시장 자체는 1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시안 핏에 적응한 해외 고가 브랜드, 유니클로와 같은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의 침투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스포츠브라 등을 내놓으면서 여성속옷시장에서 비비안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속옷시장 자체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젊은 여성소비자들은 가슴을 받쳐주는 와이어를 사용하는 전통적 브래지어 대신 와이어 없는 ‘브라렛’이나 스포츠브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비비안의 브라렛 판매량은 2018년과 비교해 190% 늘었다.
비비안은 이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2012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19년까지 8년 넘게 영업이익 적자를 낸 끝에 지난해 11월 쌍방울그룹으로 매각됐다.
손영섭 비비안 대표는 여성속옷시장에서 아직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지니고 있지만 침체에 빠진 비비안을 되살리는 임무를 안고 올해 7월 취임했다.
취임 당시 남성CEO가 여성 속옷회사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손 대표가 27년 정통 비비안맨인 데다가 대표 취임 전부터 비비안 브랜드 총괄로서 마스크사업 진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 덕분에 회사 안팎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안은 2020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66억 원, 영업손실 4억 원을 냈다. 하지만 마스크사업에 진출한 2분기에는 영업이익 24억 원을 내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