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금지 입법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에 따라 새로 추진할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뿐 아니라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까지 힘들어 질 수 있다.
14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공기관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융지원 및 투자를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으로 한국전력의 해외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의원이 발의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수출입은행의 업무 범위를 다루는 제18조에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추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우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며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하고 일관성 있는 그린뉴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악당국가’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부칙의 법률 적용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새로 추진할 사업은 물론이고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까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이후 자금을 공급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한국전력은 법률 적용시점이 ‘자금 공급시점’이라고 돼 있는데 대출자금의 약정시점인지 대출자금의 인출시점인지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금 공급시점이 약정시점으로 해석된다면 새로운 대출만 금지된다. 다만 인출시점으로 해석된다면 베트남 응이손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과 같이 이미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이미 이뤄진 수출입은행의 대출행위까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베트남 응이손2 금융계약서에는 기존 대출행위가 불법화되면 대출 취소, 추가인출 금지, 기존 차입금 일시상환 등을 하게끔 규정돼 있다.
베트남 응이손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한국전력이 베트남 응이손에 1200MW급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5년 동안 전력 생산과 판매를 하는 프로젝트다. 2018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전력은 베트남 응이손2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위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6252억 원의 대출승인을 받았고 이 가운데 2233억 원을 인출해 사용했다.
개정안이 대출자금 인출시점부터 적용되면 한국전력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기존에 대출한 2233억 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동시에 미인출 잔액 4019억 원도 대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치면서 구체적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정부가 펼치는 고용과 산업효과 등 현실론이 입법 과정에서 반영되면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정부와 수출입은행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관한 전면적 자금지원 중단은 곤란하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에 검토의견을 제시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과 개도국의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 금융지원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석탄발전 수출사업과 관련해 약 500여 개의 국내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2만1천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해외 석탄발전에 금융지원 중단이 국내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또 수출입은행도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의 검토의견을 통해 “현재 국제환경기준에 비해서도 더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석탄발전을 지원 중"이라며 "전면적 지원중단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2017년부터 시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석탄화력발전부문 양해’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석탄화력발전소에 수출입은행과 같은 공적 수출신용기관의 금융지원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은 최근 이사회를 통과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사업과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의 재원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을 지니고 있어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와 9·10호기와 붕앙-2 사업 모두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아직 자금을 받지 않았다”며 “법 개정 여부가 명확해져야 규제 대상일지 아닐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