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화학사업 원재료로 쓰이는 LPG 수요(산업용 수요)의 증가가 앞으로 전체 LPG 수요 증가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LPG소비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LPG 수요가 2019년 1044만 톤에서 연평균 3.3%씩 늘어 2024년에는 122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LPG 가운데 수송용 연료로 쓰이는 부탄은 수요가 연 0.9%의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산업 원재료나 가정용 연료로 쓰이는 프로판의 수요가 5%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산업용 프로판 수요는 화학사업 원재료 수요를 중심으로 6.3%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양대 화학사뿐 아니라 한화토탈도 화학 원재료로 투입하는 LPG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글로벌 정유업황의 변동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화학사들은 기존 원재료인 나프타 비중을 줄이고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LPG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LPG 유통회사인 SK가스와 E1에게는 호재다. 그린뉴딜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기조 속에서도 연료용 LPG 수요가 눈에 띄게 늘지 않는 가운데 화학 수요가 전체 LPG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가스는 울산에, E1은 여수에 각각 LPG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요 화학사들의 생산설비가 여수에 많아 국내에서는 E1이 SK가스보다 많은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사업에 쓰이는 LPG 수요는 탱크로리를 통한 운송으로 감당할 수 없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옮겨야 하는 만큼 지리적 이점이 중요하다.
구자용 회장은 지난해 E1의 여수 LPG탱크를 4만 톤 증설하는 투자를 마쳐 E1의 LPG 저장능력을 46만7천 톤까지 끌어올렸다. 저장능력 확충에 공을 들여온 만큼 수혜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윤병석 사장은 2019년 3월 SK가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 LPG 저장능력을 6천 톤 늘리는 소규모 증설만을 진행했다. 다만 SK가스는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소규모 증설만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SK가스 관계자는 “SK가스도 울산에 설비를 보유한 화학설비들에 LPG를 공급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회사 SK어드밴스드가 LPG를 원료로 프로필렌 계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SK어드밴스드는 울산에 연 70만 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5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폴리미래와 합작사 울산PP를 설립해 울산에 연 40만 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윤 사장은 보장된 수요처인 SK어드밴스드를 기반으로 SK가스의 LPG저장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증설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3월 윤 사장은 SK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 화학회사 APC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현지에서 LPG를 원재료로 쓰는 가스화학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전략을 추진했다. SK가스는 2023년까지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을 짓는 데 APC와 함께 2조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윤 사장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SK가스의 LPG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 회장과 윤 사장 모두 회사의 본업인 LPG의 수익 창출능력이 신사업 추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화학용 LPG수요의 증가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은 E1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점찍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E1은 앞서 6월 강원도 정선군에 287억을 투자한 8MW급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했고 현재는 지분 29%를 보유한 풍력 컨설팅회사 영월에코윈드를 통해 강원도 영월군에 79.2MW급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짓는 사업의 착공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윤 사장은 LNG(액화천연가스)로 SK가스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SK가스는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LPG와 LNG를 모두 발전원으로 쓸 수 있는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투자규모는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SK가스는 지난해 11월 울산 에너지허브사업의 지분 45.5%를 인수하며 사업참여를 공식화했다. 이 사업은 2024년 6월까지 울산에 21만5천 m3 규모의 LNG터미널을 짓는 사업으로 터미널을 완공하면 SK가스는 울산 복합화력발전소에 LNG를 직도입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