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Who] 홍남기, 세제개편안이 증세 논란으로 확산 차단에 부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을 펼치고 있는 만큼 세제개편을 통해 증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아 홍 부총리의 부담이 크다.

25일 홍 부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투자 관련 세제개편 방향이 증세로 비칠 것을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24일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브리핑을 열고 금융투자소득 관련 세제개편안이 증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사전브리핑에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낙후됐다고 평가 받는 금융세제를 선진화하려는 취지”라며 “최대한 세수 중립적으로 설계 했고 절대 증세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에 과세를 도입하면서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를 추산했고 그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인하할 것”이라며 세수중립성을 지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홍 부총리 역시 공식발표에서 임 실장의 사전브리핑과 같이 세수 중립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거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투자소득과 관련된 세수가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일찌감치 세제개편안이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 ‘동학개미운동’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은 사실상 증세라는 시선이 많다.

홍 부총리가 7월에 내놓을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증세라고 보는 데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48년 만에 한 해 3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있는데다 3차 추경안은 35조3천억 원 규모로 단일 추경안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게다가 올해 경제 역성장이 우려될 정도로 경기가 악화된 만큼 세수 감소는 확실시 된다. 기재부 세제실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 전망은 279조7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3조8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총리로서는 늘어난 지출과 줄어든 세수만큼 다른 곳에서 세금을 거둬 나라 곳간을 채워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홍 부총리는 금융투자소득 외에 액상형 전자담배나 가상화폐 등 과세를 놓고 사실상 증세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전자담배 등의 적정 세율을 산정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는데 일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조세 불공평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은 일반 담배의 절반에 불과하다. 4500원인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은 3323원인데 반해 비슷한 흡연 분량인 액상형 전자담배 0.7ml(밀리리터)에 부과되는 세금은 1670원이다.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을 놓고는 기타소득으로 볼지 양도소득으로 볼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기재부는 양도소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7월 세제개편안에서 구체적 과세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홍 부총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해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