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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이 2015년 5월 20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으로부터 G4의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전자 전자계열사들이 줄지어 실적부진에 빠져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들은 3분기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4분기에도 실적개선이 불투명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에게 근본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직결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구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자 전장부품과 올레드 디스플레이도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기 힘들어 구 부회장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져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회장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연말인사에서 어떤 용인술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 LG그룹 전자계열사 줄지어 부진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은 올해 3분기 줄지어 부진한 경영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TV사업의 적자와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55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다.
LG전자는 3분기에도 265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LG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밑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3분기 고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TV제조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과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의 과잉공급으로 LCD TV패널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4분기에도 LCD TV패널의 가격하락이 지속될 경우 실적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다.
LG이노텍도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0% 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TV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LG이노텍이 TV 부품인 후면광원장치(BLU)용 LED사업에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4분기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아이폰6S 판매에 따라 실적개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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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2014년 7월 LG전시관을 찾은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
◆ 구본무 고심, 위기의식 강조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부진이 예상되면서 구 회장의 고심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전자와 화학을 LG그룹의 양 날개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LG전자의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자계열사들이 흔들리면서 그룹 전체의 성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구 회장이 경영진들에게 지속적으로 혁신과 시장선도를 주문하는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이 스마트폰, TV 등 전자제품시장의 성장둔화와 중국 전자업계의 추격 등에 따른 업황부진을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6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우리의 사업방식과 연구개발,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주요 경영활동을 재점검해 개선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 7월에도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에 조직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치열한 경영환경에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구체화한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이 LG그룹 전체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올레드와 자동차부품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 보인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한편 올레드TV시장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올레드 패널의 단가가 아직까지 LCD보다 한참 높은 데다 TV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뛰어들지 않고 있어 올레드TV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그룹은 자동차부품사업에서 LG전자 VC사업부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시너지를 내며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부품사업이 이른 시일 안에 LG전자 계열사들의 전체 매출에 크게 기여할 만큼 비중을 확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2017년부터 VC사업본부의 일부 제품이 실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 VC사업의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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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 구본무, 연말인사로 헝클러진 실타래 풀까
구 회장이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위기의식을 강조함에 따라 벌써부터 연말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회장으로서 꽉 막혀있는 계열사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면 인적쇄신의 칼을 빼드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 회장이 올해 들어 위기와 근본적 혁신을 강조한 만큼 이런 기조가 연말인사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 회장은 2014년 말 인사에서 측근으로 알려진 조준호 LG 사장을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앉히며 스마트폰사업 강화에 나섰다. 조 사장은 북미법인장 시절 휴대폰 판매실적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마케팅에서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LG시너지팀장으로 근무하던 권봉석 부사장을 TV사업의 수장인 HE본부장에 임명했다.
LG 그룹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올레드사업과 관련해 부품계열사와 완제품을 만드는 LG전자 사이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조처였다.
그러나 LG전자가 올해 TV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면서 구 회장의 인사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로 LG전자의 사령탑을 맡은 지 5년이 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 입장에서 현재 인사카드만큼 즉각적 위기 대응책은 많지 않다”며 “그러나 LG전자의 주요 경영진을 임명한지 1년도 안 된 데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까지 꾸준히 실적을 개선한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 인사를 시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