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노트북이 세계 전자업체에서 잇따라 출시되며 주로 스마트폰에 쓰이던 중소형 올레드의 적용분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이 노트북 등 대화면 제품에까지 쓰이게 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와 시장 지배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HP와 레노버, 델 등 세계 상위 PC업체가 최근 4K 고화질의 15인치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새 노트북을 연달아 출시했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올레드 탑재 노트북의 황금기가 임박했다”며 “올레드패널의 뛰어난 화질과 색감, 전력효율과 빠른 반응속도 등 장점이 소비자에 좋은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노트북은 2016년에 HP와 레노버 등 일부 제조사에서 출시된 적이 있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레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아 장점이 뚜렷하지 않았고 올레드 노트북의 가격도 일반 노트북의 2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HP가 올해 내놓은 올레드 노트북은 화질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같은 사양의 LCD 노트북에 150달러만 추가하면 구매할 수 있어 가격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양산을 시작한 15인치 4K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이 PC 제조사에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노트북용 올레드시장 규모가 과거에는 미미했지만 지금은 생산량과 고객사 수요가 모두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자연히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노트북 화면 크기의 올레드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노트북시장에서 올레드가 점차 주류로 자리잡는 데 따른 수혜를 독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루머 등 외국언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애플과 노트북 ‘맥북’ 시리즈와 태블릿PC ‘아이패드프로’에 쓰일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탭S 등 프리미엄 태블릿에 10인치 안팎의 올레드패널을 탑재해 출시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을 포함한 제조사에 태블릿용 올레드를 판매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로 스마트폰에만 사용되던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공급 분야를 노트북과 태블릿시장으로 적극 넓히려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시장의 전반적 침체와 중소형 올레드시장의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실적과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경쟁사는 중소형 올레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애플과 화웨이 등 스마트폰업체의 패널 수요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빼앗아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쓰이는 대화면 올레드패널은 경쟁사의 추격이 쉽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10인치대 이상의 크기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 기술을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공급한 시기는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 10년 가까이 앞서고 있어 기술력도 그만큼 뛰어나다.
경쟁사들이 이제 막 스마트폰용 올레드분야에 진출하며 수요 확보를 추진하는 사이 삼성디스플레이는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대화면 기기용 올레드시장에서 독점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화면 기기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것은 스마트폰 여러 대 분량의 패널을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과 시장 점유율 방어에도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시장 역시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이외 분야로 대화면 올레드패널 공급처를 넓힐 수 있는 유망분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열린 디스플레이전시회 ‘SID2018’에서 최대 14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차량용 올레드패널 시제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노트북과 자동차용 올레드패널 생산 확대를 위해 이른 시일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소 연구원은 “자동차와 노트북용 올레드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올레드패널이 전체 노트북시장의 10%만 침투해도 삼성디스플레이가 10조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