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가정용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부과하기 위해 스마트미터기(AMI)의 전면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사업을 허술하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18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1조6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미터기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기 교체에 불필요한 비용이 들고 있는 데다 사후 관리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의 1조6천억 스마트미터기 도입 '허술하다' 국감 지적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은 국정감사에서 스마트미터기 교체를 위해 업체와 기기를 선정할 때 업체 편의를 봐주고 기기 값을 높게 지불하는 등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스마트미터기 납품 생산 시장은 인스코비, 아이앤씨테크놀러지, 씨앤유글로벌 등 업체 3곳이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미터기 가격은 아이앤씨테크놀러지의 데이터집중장치(DCU)가 2018년 61만7440원으로 2016년보다 125.1% 인상됐다. 이 회사의 계기내장형PLC모뎀3종 가격은 같은 기간 512.3% 올라갔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이 경쟁입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스마트미터기 납품 계약을 맺어 기기 값을 높게 쳐주고 있다”며 “예산을 300억 원 정도 낭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전력은 2007년부터 스마트미터기를 보급했지만 사용연한이 다한 기기를 어떻게 폐기처분을 할 것인지 방법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의 기계식 계량기는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지만 스마트미터기는 본체를 파괴해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며 “스마트미터기 설치도 중요하지만 10년 뒤에 발생할 폐기 수량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부과하기 위해 전기 사용 계량기를 스마트미터기로 모두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모든 가정의 전기 사용 계량기를 스마트기기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산은 모두 1조6153억 원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스마트미터기는 지능형 전력망을 만들기 위한 기기로 최종 전력소비자와 전력회사 사이 양방향 통신이 이뤄져 실시간 요금 정산, 전력 사정에 따른 가전 제어 등을 실현한다.

한국전력은 스마트미터기를 통해 전기 사용 시점과 검침 시점이 달라서 누진제 적용 기준도 달라지는 전기요금 형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가정용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계시별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스마트미터기는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전기 사용량을 계절별·시간별로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로 나누고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정용 전기요금도 누진제를 폐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과 같이 시간대별 요금 차등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스마트미터기는 원격으로 전기사용량을 검침할 뿐만 아니라 여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개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실정에 맞는 기기를 도입해 전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스마트미터기 가격 인상은 기존에 과도하게 낮았던 기기 값을 정상화한 것으로 업체 편의를 봐준 적은 없다”며 “스마트미터기는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부과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