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점심을 함께 하고 앞으로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정파 등 모든 것을 초월해 협력의 정치를 해나가자는 의미를 담아 모임 이름을 ‘초월회’로 정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갈등으로 민생·개혁 입법이 지연되면서 문 의장이 목표로 내세운 ‘실력국회’의 포부가 주춤했는데 이번 회동에서 하반기 국회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문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시대는 촛불혁명과 한반도 평화를 동시에 맞이해 국민의 뜻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진, 다시 있을까 싶은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이 시대적 소명을 지니고 같이 하면 우리 민족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5당 대표들이 뜻을 같이해 매월 정례회동에서 선거법 개정과 개헌, 예산안, 입법안 등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협치의 닻이 순조롭게 올랐다.
이날 모임에서는 문 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협조를 구한 ‘4·27 판문점 선언’에 관한 국회 비준 동의 문제, ‘세비 동결 뒤 의원 정수 확대 제안’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새로운 여야 지도부가 한때 대선을 꿈꿨던 화려한 이력과 존재감을 지닌 인물인 점을 들어 상견례 수준을 넘어 정치 현안에 관한 실질적 협상들이 오갔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 정치 개혁, 올해 정기국회 등 일반적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개헌, 정치개혁, 선거구제, 판문점 선언 등 여러 문제를 두루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은 동시간대 굴곡을 겪어온 ‘노무현의 사람들’이 다시 한 무대에 나란히 섰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문 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냈고 정 대표는 통일부 장관으로 일했다.
인연이 길고 깊은 만큼 이들의 관계는 복잡할 수밖에 없지만 국회에서 타협의 정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언론인 이종근씨는 3일 YTN ‘나이트포커스’에서 “이 대표와 손 대표, 정 대표의 전력을 보면 장외투쟁이 한 두 번씩은 다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의회주의자들”이라며 “명분 없는 장외투쟁이나 투쟁일변도의 정당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연정이든 협치든 좀 더 의회주의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의장은 8월 임시국회에서 ‘특수활동비 폐지’를 두고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해 국회의장으로 첫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