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양대 축인 롯데백화점에서 뚜렷한 손익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롯데마트는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 대표가 롯데마트를 이끈 지 4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중국사업이라는 거대 변수가 있었지만 중국사업을 떼어낸 올해부터 김 대표의 진짜 성적표가 나온다.
13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마트가 당분간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사업을 올해 안에 완전히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을 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롯데쇼핑이 10일 실적을 발표한 뒤 증권가는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춰 잡았다. 특히 롯데마트의 부진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낮춘 곳도 많았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백화점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반면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의 소비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마트의 경쟁력도 뒤처진다”며 “전반적으로 업황이 부진해 앞으로도 고전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국내 롯데마트의 손익 개선 시점은 전망 자체가 불확실하다”며 “백화점부문 개선이 마트부문의 손익 악화로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롯데마트는 2분기 연결기준으로 롯데쇼핑 매출의 35.8%나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크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분기에만 영업손실 780억 원을 내며 롯데쇼핑 전체 실적을 깎아 먹었다.
김종인 대표는 2014년 12월 롯데마트 대표에 올랐다, 당시 7년 만에 롯데마트 수장이 바뀌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롯데마트 수장 자리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김 대표의 전임이 롯데그룹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노병용 전 대표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가 대표에 오른 뒤 2015년부터 롯데마트는 단 한 해도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영업손실만 2015년에 450억 원, 2016년에 1030억 원, 지난해에 2280억 원을 냈다. 3년 동안 쌓인 누적 손실이 무려 3700억 원이 넘는다.
그동안 중국 롯데마트가 워낙 고전하면서 국내에서 사업 부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경쟁상대로 꼽히는 이마트, 홈플러스와 적나라한 비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온라인 신선식품시장, 모바일앱, 차별화된 점포 등을 승부처로 꼽고 있다.
신선식품은 그동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정통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1인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온라인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문을 연 신선품질혁신센터가 안정화되면 신선식품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분기 말 기준으로 가동률이 농산물산지유통센터 38.4%, 육류유통센터 35.2%인데 올해 말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며 “신선식품의 품질 개선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밖에도 ‘건강’을 새로운 콘셉트로 내세우고 새로운 형태의 점포인 ‘마켓D’를 선보이는 등 롯데마트의 활로를 찾는 데 힘쓰고 있다.
롯데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온라인사업도 롯데마트의 실적 개선이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쇼핑에 이커머스사업본부를 꾸리며 내년 상반기에 롯데그룹 온라인몰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투게더앱'을 선보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열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