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중소형 올레드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자칫 전략 실패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이미 지난해에 2018년 플렉시블 올레드패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전체 중소형 올레드의 생산가능 면적이 440㎡으로 지난해보다 100% 늘어나는 반면 전체 수요는 24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중소형 올레드 원가가 LCD패널보다 2배가량 높아 글로벌 스마트폰회사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면서 올레드가 예상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600억 원을 냈을 것이라는 추정이 6일 증권가에서 나왔다. 주력인 LCD사업의 수익기반이 흔들리면서 중소형 올레드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여름 중소형 올레드에 10조 원가량을 투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올레드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는 비장했다. 그는 “막다른 길에 도달한 것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만 진정한 글로벌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소형 올레드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고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화재로 수십억 원의 피해도 봤다. 폐수처리장에서 발생한 불로 LCD와 올레드 생산라인 가동이 14시간가량 중단됐다. 피해액이야 크지 않지만 가뜩이나 분위기도 좋지 않는데 찬물을 끼얹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한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TV사업본부장, IT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부회장 자리에 오른 지금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방문할 정도로 '현장'에 애착이 깊다.
한 부회장의 전략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투자계획은 전략 부재의 표본”이라며 “LG디스플레이가 관련 투자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를 입증해주는 사례”라고 바라봤다.
막다른 골목이라도 주저앉으면 끝이다. 벽을 타고 넘으면 새 길이 열린다. LG디스플레이는 그런 힘을 보여줬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