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건설공업이 경주 지진에 따른 내진설계 확대 움직임에 힘입어 4번재 매각시도에서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경주 지진으로 건축물 안정성을 높이는 콘크리트파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콘크리트파일 제조사인 삼부건설공업 매각작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부건설공업, 내진설계 확대 힘입어 새 주인 맞이할까  
▲ 임창빈 삼부건설공업 부회장.
국토교통부는 22일 건축물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인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내진설계가 안된 건축물을 내진보강하면 건폐율, 용적률, 대지 안의 공지, 높이기준 등을 완화할 수 있고 건축물대장에 내진설계를 표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가운데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건축물 가운데 내진설계 적용 비율은 6.8%에 그친다.

내진설계가 적용되면 고강도 콘크리트(PHC)파일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콘크리트파일은 지반의 지지력을 높여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는 건축자재로 쉽게 말하면 콘크리트로 만든 말뚝 같은 것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지반이 취약하거나 보강이 필요한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대규모 및 대형 건축물 시공 시 내진설계 관련 용역업, 고강도 파일의 수요가 증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시에서 이날 고강도 콘크리트파일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콘크리트파일 업계 1, 2위인 대림C&S와 동양파일 주가는 각각 3.83%, 3.41% 상승했다. 장중 한때 대림C&S 주가는 11.2%, 동양파일 주가는 17.8%까지 오르기도 했다.

콘크리트파일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삼부건설공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부건설공업은 2014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6.8%를 차지해 대림C&S, 동양파일, 아이에스동서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삼부건설공업은 법정관리 중인 삼부토건 자회사인데 올해 들어 세번이나 매각이 추진됐다. 두번은 단독으로, 한번은 삼부토건과 패키지 매각이 추진됐으나 가격을 놓고 입장차이가 커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법원이 제시한 최저입찰가는 700억 원 중반대였는데 응찰가는 이를 밑돌았다.

하지만 내진설계가 확대되면서 콘크리트파일 제조사의 기업가치가 올라 삼부건설공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9월 초 삼부건설공업 매각주간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동양과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앞서 인수 의사를 보였는데 이번에도 다시뛰어들지 주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부건설공업은 3년 동안 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기업”이라며 “콘크리트파일 수요가 늘고 있어 가격만 맞다면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삼부건설공업 매각은 삼부토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삼부토건은 올해 상반기까지 세차례 매각 시도가 실패해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삼부건설공업을 매각하면 유동성에 숨통이 트여 다시 한번 정상화를 시도할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