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그룹이 언제 형제간 계열분리 절차를 밟을까?
중흥건설그룹은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동생인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로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중흥건설그룹은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올리기로 하면서 계열사의 채무보증 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부담은 덜었지만 여전히 내부거래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이 그룹에서 계열분리해 독립하면 내부거래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
◆ 정원주, 계열분리 기초 다져
26일 대규모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중흥건설그룹은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이미 대부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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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왼쪽)과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
정원주 사장은 중흥건설그룹에서 중흥토건을 지주사로 세우는 토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흥토건은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정원주 사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거나 중흥토건을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흥건설그룹 계열사는 모두 21개에 이른다.
중흥토건은 중흥에스클래스의 지분 90%를 확보하고 있다. 중흥에스클래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010억 원을 낸 중흥건설그룹의 알짜회사다. 중흥건설그룹이 지난해 낸 매출의 18%를 차지한다.
중흥에스클래스는 다시 중흥산업개발의 지분 32.61%를 소유하고 있고 중흥산업개발은 제이원산업개발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흥토건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봉건설도 중봉산업개발의 지분 50%를 확보해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었다.
중흥토건은 이 밖에도 에코세종 청원개발 중흥엔지니어링 청원산업개발 청원건설개발의 지분 100%, 다원개발 새솔건설 지분의 75%, 세종이엔지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 중흥토건에 힘 모으는 중흥건설그룹
중흥건설그룹은 지난해 자산이 2014년보다 2조 원이나 늘었다. 중흥건설그룹 자산 증가액의 절반 이상은 중흥토건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중흥토건 자산규모는 모두 2조1346억 원으로 중흥건설그룹 전체 자산의 28.1%에 이른다. 중흥토건은 2014년 말 자산이 2711억 원이었지만 1년 만에 자산을 1조3682억 원이나 늘렸다.
중흥건설그룹 계열사들은 중흥토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흥토건은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6467억 원에 이른다. 1년 사이 차입금이 45%나 늘었다.
중흥토건은 차입금을 아파트 시공 등 공사초기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택지추첨에 필요한 입찰보증금을 마련하는데도 사용됐다.
지난해 중흥토건은 택지추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2014년 말 용지 재고자산은 7107억 원에서 1조4414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사업자에게 용지는 수익성이 우수한 자체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다. 앞으로 중흥토건이 확보한 용지를 통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흥토건 실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흥토건은 201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35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매출 1조3535억 원, 영업이익 2722억 원으로 성장했다. 4년 만에 매출은 14.5배, 영업이익은 60.5배 늘었다.
중흥토건은 중흥건설그룹 전체매출의 29.6%, 전체 영업이익의 48.9%를 담당한다.
◆ 정원철, 독립 발판 마련
정원주 사장의 동생인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독립된 지주사 설립을 통해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정원철 사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중흥건설그룹 계열사는 모두 20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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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철 중흥종합건설 사장. |
정원철 사장은 지난 2월 계열사의 대표법인을 중흥종합건설(현 시티종합건설)에서 시티건설로 바꿨다. 시티건설은 정원철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티건설은 금석토건의 지분만 30%를 확보하는데 그쳐 지주사로서 위상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정원철 사장의 계열사에서 시티글로벌이 지주사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
시티글로벌은 시티주택건설, 시티개발 등 6개 기업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시티글로벌은 시티의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티는 다시 금석토건의 지분 30%를 확보하고 있어 수직계열화 구조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원철 사장은 시티글로벌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정원철 사장이 계열사 대표법인인 시티건설과 시티글로벌을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한 뒤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 계열분리까지 남은 과제
하지만 중흥건설그룹이 적극적으로 계열분리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흥건설그룹 계열사끼리 지분구조가 엮인 점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정창선 회장이 지분 51.4%를 보유하고 있는 중흥건설은 정원주 사장이 보유한 중흥토건의 계열사인 중흥개발, 세흥산업개발 등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중흥건설은 정원철 사장의 계열사인 참교육 배움터, 미래병영 등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과 동일인의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등)의 지분율 합이 발행 주식 총수의 30% 이상인 경우 같은 계열사로 본다.
중흥건설그룹이 이런 지분구조를 정리해야만 계열분리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주 사장은 지난 1월 한 인터뷰에서 장기간 시간을 두고 동생인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과 계열분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원주 사장은 “서로 사업영역을 간섭하지 않은지 5~6년 이상 됐는데 각자의 사업영역을 존중해 독자경영을 빨리 이루는 게 맞다고 본다”며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계열분리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