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스턴 시내에서 현지시각으로 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 AP > |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해 경제제재를 내놓은 결과가 급격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등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제재가 장기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현지시각으로 9일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내놓은 제재조치가 오히려 미국과 동맹국가들에 심각하고 예기치 못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와 ‘경제전쟁’을 선포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발빠른 제재조치로 공세를 강화했지만 자신들도 경제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제재는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하락과 내수경제 붕괴를 통해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도 이런 영향을 받아 러시아에서 이탈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으며 루블화 가치도 급락해 경제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더힐은 전 세계의 경제적 압박이 푸틴 대통령의 군사행동 의지를 약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정부가 러시아에 더 강력한 수준의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더힐은 바이든정부가 러시아 경제재제로 미국경제에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충분히 고려했겠지만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수출 규제로 에너지 연료와 식품 가격이 급등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일반 시민들이 점차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최근 2주 만에 약 20%의 상승폭을 나타냈고 이는 미국 GDP를 약 0.2%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원유 가격 상승은 더 많은 물품의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데 고전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제재 여파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연구원 지엠바인사이츠는 더힐을 통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적 공세가 미국 내수시장에 입히는 타격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영국 가디언도 러시아 경제제재가 러시아보다 오히려 다른 서방국가들에게 더 먼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대안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여러 국가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국가들이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적 명분을 더 우선순위로 삼고 있지만 이에 따라 자국에서 국민들이 입는 경제적 타격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디언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점점 지쳐가며 물가 상승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결국 서방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을 무너뜨리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경제제재 타격을 버티며 우크라이나에 군사행동을 강행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이 입는 경제적 악영향이 갈수록 커진다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가디언은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경제제재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