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회장 선출을 위한 내외부 후보 공모가 끝났는데 독립적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전통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말이 KT 안팎에서 나온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8일 KT그룹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되고 있는 KT의 다음 회장 선임 절차에 과거에 달리 지금까지 청와대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고 있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에서 KT 다음 회장 선임과 관련해 어떤 입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회장 선임절차는 외풍에 자유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가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회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황창규 KT 회장을 포함해 민영화 이후 KT를 이끈 4명의 최고경영자(CEO) 모두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과거 KT 회장후보로 이름이 거명됐던 한 인사는 "과거 정권에서는 청와대에서 회장후보의 이름을 꺼내들고 다른 후보들을 포기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노골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포스코를 잘 하는 한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른바 청와대 메시지라는 것이 없었고 이사회는 큰 부담없이 최정우 회장을 낙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2018년 3월 정관을 개정하며 회장후보자의 자격조건을 ‘경영경험’에서 ‘기업경영경험’으로 바꿨다. 정치인·관료 출신 회장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KT는 현재 헤드헌팅회사 추천 9명을 포함해 외부출신 인사 30명, 내부출신 인사 7명을 놓고 회장후보 심사작업에 들어가 있다. 회장후보 심사위원회는 심사대상자들을 심층 평가한 뒤 심사의견과 함께 후보자 명단을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사회는 최종 심사를 거쳐 회장후보자 가운데 1명을 2020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게 된다.
회장 선임에서 독립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후임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재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고 결과적으로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KT는 황 회장이 선임절차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황 회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사내이사로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내부 인사 가운데 다음 회장으로 유력한 구현모 KT 미디어&커스터머 부문장 사장은 황 회장 취임 이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고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은 KT의 연구개발 전문가로서 황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KT 최고경영자는 민영화 이후 줄곧 정권의 성쇠와 운명을 같이해왔다. 만약 이번에 선임되는 회장에게 흠결이 발견된다면 다음 정권의 출범과 함께 다시 외풍에 자유롭지 못하고 독립선언이라는 전통이 다시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영화 이후 첫 KT 회장을 맡았던 이용경 전 사장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연임 포기’를 선언했으며 그 뒤를 이었던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은 각각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에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한 모든 KT의 최고경영자가 수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KT 회장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남중수 전 사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형벌을 받았으며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현재 각각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번 회장 선임 절차는 매우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정 인물이나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