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의 자체사업인 연료전지사업과 소재사업을 인적분할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에게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별도법인 설립이라는 의미는 적지 않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던 두산그룹이 친환경사업으로 새로이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두산그룹 회장으로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했던 사업들에서 실적을 거두기 시작하면 ‘박정원시대’를 본격적으로 연다는 의미도 있다.
박 회장은 이를 통해 중공업, 원전 플랜트기업을 한 축으로 하고 또다른 축으로 친환경에너지기업을 육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별도회사 설립은 이런 두산그룹 체질 변화를 위한 도약의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두산그룹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연료전지와 소재사업은 현재 시장상황과 전망을 볼 때 빠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공격적 경영을 통한 시장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독자경영체제를 갖춰 대내외 경영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의 자체사업이 다양하다보니까 투자자들이 개별사업을 파악하기 힘들어서 신성장사업의 경우 투자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며 “분할을 통해 독자 경영체제를 갖추고 신성장 사업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두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동박)사업에 투자해 올해 연말까지 전지박 1만 톤 증설을 완료해 2020년부터 매출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사징이 커지면서 전지박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2%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솔루스의 올레드(OLED) 전자소재 역시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자동차로 패널의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하는데 정부의 친환경정책의 수혜를 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퓨얼셀은 2018년 처음으로 수주 1조 원을 넘었으며 올해도 1조 원 이상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발전용 연료전지사업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연평균 약 20% 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사업을 적극 육성할 것을 밝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사업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두 사업 모두 일본 수출규제에 영향 받지 않는 자체기술이라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다. 두산 관계자는 “수소산업은 핵심기술이나 부품이 국산화가 가능하고 전지박사업의 경우도 파나소닉으로부터 기술을 인수해 자체기술을 갖췄다”며 “두 사업 모두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업의 성장성이 높은 만큼 성장에 필요한 투자금 마련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과 상장을 통해 두산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설 상장되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시가총액은 각각 600억 원 1000억 원 대이지만 두 회사를 합산한 시가총액의 상승여력은 4배 전후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박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부터 “연료전지사업을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며 신성장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울 것”이라며 “드론용 수소연료전지사업은 본격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2014년 두산 총괄사장으로 재직할 때 연료전지사업이 두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4년 주택용 연료전지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두산 퓨얼셀BG' 사업부를 출범했고 올해 들어 이 사업부문을 분할해 별도법인으로 키운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