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과 우리종합금융의 투자은행(IB)부문을 합쳐 기업투자금융(CIB)조직을 새로 만든다.
신설될 기업투자금융조직이 우리금융그룹의 투자은행업무를 전담하며 역량을 키운다면 손 회장은 앞으로 증권사 인수합병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4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우리종합금융의 투자은행부문을 합친 기업투자금융조직이 6월 초에 출범한다.
기업투자금융조직은 100명가량으로 구성돼 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을 업무공간으로 이용하게 된다.
조직을 이끌 부서장 인사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우리종합금융은 그동안 투자은행 부문에서 꾸준히 협업해왔다”며 “조직 신설을 통한 두 조직의 물리적 통합으로 활발한 의견 교환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증권사 인수 전까지 기업투자금융조직에 우리금융그룹의 투자은행업무를 전담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종합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종합금융면허를 활용하면 기업투자금융조직은 주식위탁매매를 제외한 증권사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기업공개, 인수합병 자문과 각종 회사채 발행 등 증권사의 대표적 투자은행업무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은행의 자본과 우리종합금융의 면허가 합쳐진 조직이 출범하면 투자은행시장에서 웬만한 증권사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투자금융조직이 투자은행 역량을 기르면 손 회장은 증권사 인수합병을 두고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중대형 증권사에서 주식위탁매매에 강점이 있는 소형 증권회사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나온다.
손 회장은 애초에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를 인수해 단번에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증권사를 여럿 인수해 우리금융그룹의 규모에 맞는 단일 증권사로 운영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중대형급 증권사 인수가 더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해 키우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됐다.
문제는 현재 손 회장의 눈에 찰 만한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투자은행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순항하고 있어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규모 있는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이 중대형 증권사 인수 대신 차선책으로 주식위탁매매에 강점이 있는 소형 증권회사를 인수해 기업투자금융조직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경쟁력 있는 증권사를 갖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투자은행업무를 전담할 통합조직을 출범한 것은 중대형 증권사 인수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앞으로 소형 증권사도 우리금융그룹의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